공인회계사 50인 이상 회계법인 28개사 실적 합, 단위(억원)/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공인회계사 50인 이상 회계법인 연간 실적, 단위(원)/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신(新)외감법이 시행된 첫해 회계법인의 '실적 성적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외형(매출)과 수익(영업익)이 크게 늘어난 것. 공인회계사(CPA)의 급여도 비슷한 비중으로 상승했다. 기업 외부감사가 깐깐해지면서 회계사의 몸값과 회계법인의 수익이 높아진 셈이다.
◆ 매출↑ 월급↑ 비용↑
2일 메트로신문이 6월 이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월 결산 회계법인 173곳 중 공인회계사를 50명 이상 보유한 중대형 회계법인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총 1조5566억원으로 전년(1조2856억원)보다 2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정회계법인, 한영회계법인, 삼덕회계법인 등 대형회계법인은 평균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회계사의 몸값도 높아졌다. 지난해 삼일회계법인이 기본급 15%를 인상하면서 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대형 회계법인의 연봉 인상이 줄을 이었다.
실제 회계법인이 지출한 급여비용은 매출 증가세보다 높았다. 중대형 회계법인은 총 8143억원을 급여항목으로 지출했다. 지난해(6704억원)보다 21.5% 늘어난 것이다. 인원 자체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여금까지 포함하면 회계법인의 급여 인상률은 매출 인상률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회계업계 관계자는 "외감법 시행으로 감사가 깐깐해지면서 기업 감사 시 회계사 투입도 늘었고, 자연스럽게 비용이 증가하게 됐다"면서 "아직 지정감사제와 표준감사시간제가 완전히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회계법인의 수익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회계법인들이 마냥 '잔치'만 벌인 것은 아니다. 감사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감사에 드는 회계법인의 자체 비용도 늘었다. 디지털포렌식 도입에 따른 외부용역비용, 소송 이슈에 따른 법무법인 수수료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영은 매출이 2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0.5% 감소했다. 한영 관계자는 "외감법 개정안 시행과 표준 감사 시간제 도입, 그리고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와 같은 환경 변화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비용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 중·대형회계법인만 웃는 신외감법
이번 사업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대형회계법인의 매출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는 점이다. 집계 대상 회계법인 중 공인회계사 70명 미만의 회계법인의 매출 증가율은 13.4%였다. 반면 70명 이상 회계사를 보유한 회계법인은 22.1% 늘었다. 1.5배 이상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이는 신외감법의 주요 내용인 지정감사제 등이 대형 회계법인에 유리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금융당국은 오는 11월부터는 등록 공인회계사 40명 이상 회계법인만 상장기업 외부감사를 맡도록 한 감사인 등록제를 시행한다. 중소 회계법인의 합병을 유도해 감사 품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한길회계법인(한길+두레, 한길+성신), 회계법인 상지원·대안(상지원+대안), BOD성도이현회계법인(성도+이현) 등 중소 회계법인이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기도 했다. 한길회계법인은 합병 이후 첫 성적표를 내놨는데 전년보다 매출이 31.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계법인을 회계사 규모에 따라 5개 군으로 분류해 각 군에 맡게 외부감사를 맡게 했다. 회계사가 600명 이상이면 가군, 120명 이상이면 나군, 60명 이상이면 다군 등으로 분류해 인력 규모가 클수록 감사할 수 있는 기업군도 늘어난다. 감사 비용 역시 기업 규모가 클수록 많이 받을 수 있다. 회계사 50명 이상을 보유한 회계법인은 전체 15.1%에 불과하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 때문에 중소형 회계법인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회계사 11명으로 구성된 한 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는 "대형 회계법인은 실적 잔치를 벌인다고 하지만 소형 회계법인은 작년 실적을 간신히 맞췄을 뿐이다"면서 "작은 회계법인의 마켓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