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주에 미칠 악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가 일본 수출 규제를 넘는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1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의 영향은 미미했다. 삼성전자는 약보합, SK하이닉스는 강보합세를 나타냈다. LG디스플레이 주가는 1.96% 하락했다.
◆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업체 단기 타격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다.
이들 품목의 일본 점유율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세계 생산량의 90%를, 에칭가스는 약 70%를 점유해 한국 기업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들 품목에 대해 그동안 한국 수출 절차 간소화 조치를 취해 왔지만 한국을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4일부터는 약 90일이 소요되는 허가 신청과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업체의 단기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수입 중 일본 비중은 2000년 20%에서 최근 10%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핵심소재 및 부품 의존도는 여전하다"며"일본의 수출 규제는 국내 제조사의 생산차질로 이어질 수 있고, 반도체, TV 및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부품 생산에 필수 소재인 만큼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이 이 품목을 일부 생산할 수 있지만 퀄리티에서 차이가 있고 일본의 원재료를 정제·재가공한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업계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세 가지 모두 일본 의존도가 높아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최악의 경우,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의 단기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관련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많다.
이승우 연구원은 "일본 소재업체에게도 실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반발이 예상되고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를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의 규제가 현실화돼도 재고 부담이 큰 국내 메모리 업체들은 감산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반도체 주가에 악재가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양재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제조사가 이번 조치로 인해 오히려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일본업체는 경쟁력 상실로 반사 이익도 없고, 국내 제조사와 소재업계도 일본 수입 심사 기간을 견딜 재고를 보유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주, 미·중 긴장 완화가 호재
지난달 29일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하고 화웨이 거래 제한 완화를 시사한 것은 반도체주에는 일본 악재를 넘는 호재란 분석이 많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 제제보다 무역 갈등 완화를 암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반도체주 투자 심리에 더 긍정적일 것"이라며 "전면 수출 금지가 아니고, 일본업체가 한국으로 수출하지 않으면 대만 외 수요처를 찾기가 힘들다는 점에서도 일본의 조치가 투자심리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약화될 경우, 반도체 업체에 긍정적"이라며 "그동안 화웨이 제재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됐던 SK하이닉스의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이번 일본의 규제로 오히려 불산 제조업체인 후성과 감광제 제조업체인 동진쎄미켐 등 국내 소재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주식시장에서 후성(전일 대비 9.87%)과 동진쎄미켐(17.91%) 주가가 급등세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