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도입 등이 담긴 퇴직연금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법안이 이르면 상반기 중 발의될 전망이다. 현재 1%대 수준인 퇴직연금 수익률의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퇴직연금을 운용하게 될 금융투자업계의 책임감도 커질 전망이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별위원회의 퇴직연금 개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운열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욱, 최운열, 유동수 의원./손엄지 기자
◆ 퇴직연금제도 개선 방안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은 20일 자본시장특위의 두 번째 과제로 퇴직연금 제도개선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최 위원장은 "현재 퇴직연금의 한계를 개선하고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특위는 디폴트 옵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등 연금상품의 장기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근로자가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가 아닌 전문 위탁기관과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국내 퇴직연금제도는 사용자(기업)가 직접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와 계약하는 계약형을 채택하고 있다. 기금형에 비해 운용이 단순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제도의 운영에서 근로자의 참여가 제한되고, 연금자산의 관리 등 서비스 경쟁의 발전이 더디면서 수익률 하락을 가져온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필요성이 커진 이유다. 실제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호주는 최근 5년간 연 평균 7.5%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한국은 2.33%로 집계됐다.
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시 노·사가 '기금'을 설립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되어, 사용자와 퇴직연금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계약유치' 경쟁 대신 '자산운용수익률' 경쟁이 유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되는 퇴직금에 대해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아도 운용사가 가입자 성향에 맞춰 적당한 상품에 투자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현재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가입자는 퇴직금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전문성도 부족하다. 그리고 퇴직연금 운용사 입장에선 최대한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퇴직연금 상품을 분석한 결과 90%가 원리금보장 상품에 들어 있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1.01%를 기록한 이유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였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최 위원장은 "퇴직연금 연수익률을 3%포인트만 끌어올리면 은퇴시점에 적립금이 56%나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퇴직연금 제도 개선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고 밝혔다.
아울러 "자본시장 특위에서 제안한 제도개선 사항은 모두 노·사와 근로자들의 선택권을 확대시켜주는 것일 뿐 강제사항이 아니므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현행 퇴직연금 체계 내에서 유지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퇴직연금제도개선 방안 중 기금형 퇴직연금은 이미 정부입법으로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고,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에 대한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은 향후 당정간의 협의를 거쳐 입법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구체적 계획에 대해서 최 위원장은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 법안이기 때문에 특위와 함께 법안을 정비하되 상반기 중 환노위 이름으로 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금투업계, 수익률 관리가 관건
금융투자업계는 퇴직연금 제도개선 방안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향후 기금형퇴직연금 도입시 퇴직연금 자금이 크게 불어날 것을 대비해 앞다퉈 외부위탁관리운용(OCIO)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디폴트 옵션이 퇴직연금 수익률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기금의 손실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적배당 상품이 확대되면서 단기적인 손실 발생 가능성은 지금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금에 대한 적절한 통제와 관리 감독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최 위원장은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금융투자업계는 손익을 따지기 보다는 국민 노후 생활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올바른 경쟁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