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LPG차량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일반인도 LPG(액화석유가스)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됐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계는 LPG차량의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환영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충전소 부족과 LPG 차량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완성차 업계 라인업 강화…소비자 선택폭 넓혀
현대차는 상반기 중 신형 쏘나타의 일반인용 LPG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르노삼성은 국내 첫 5인승 LPG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QM6를 상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하반기 완전변경(풀 체인지)이 예정된 K5를 출시 초기부터 일반인용 LPG 모델도 라인업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와 기아차, 르노삼성 등 3개사는 각사의 주요 '볼륨 차종'(많이 팔리는 차종)에 일반인용 LPG 모델을 추가함에 따라 '모델 노후화'로 감소세를 보이는 국내 LPG차 시장에 활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현대차는 '쏘나타=택시'라는 인식을 깨고 고급스러운 인상을 가질 수 있도록 신형 쏘나타의 LPG 모델을 택시용으로 판매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일반인의 선택이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부터 LPG 용기를 실린더형이 아닌 '도넛형'으로 채택해 트렁크 공간을 대폭 늘렸다. '도넛형'은 르노삼성이 2014년 대한LPG협회와 함께 국내 최초로 개발했으며 트렁크 아래 비상용 타이어 공간에 장착함에 따라 실린더형보다 트렁크 공간을 40% 정도 늘릴 수 있고 차체 무게 중심을 낮춰 승차감도 높여준다.
르노삼성은 승용 LPe 모델 모두 '도넛 탱크'를 탑재해 큰 여행용 가방도 무리 없이 실을 수 있어 택시와 렌터카로 인기를 끌었다.
르노삼성은 앞서 2017년 10월 규제완화 때 일반인도 LPG SUV를 살 수 있게 된 이후 QM6 LPG 모델 개발을 시작했으며 상반기에 출시하기로 했다. QM6는 국내 판매 중인 SUV 가운데 유일한 LPG 모델이 된다.
여기에 일반인이 LPG 차량을 구매할 경우 유류비 절감은 기대 이상으로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신형 쏘나타를 기준으로 LPG 모델의 공인연비는 10.3㎞/L로 휘발유 모델(13.3㎞/L)보다 낮지만 가격은 L당 797.8원(오피넷 3월 2주차 전국 평균가 기준)으로 휘발유(1359.3원)보다 낮다. 이에 따라 연간 1만5000㎞를 운행하는 조건에서 쏘나타 LPG 모델의 연간 유류비는 116만1859원으로 휘발유 모델(153만3067원)보다 25% 적게 든다.
◆'보여주기식 행정' 논란
일반인들이 LPG 차량을 규제없이 구매할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LPG 충전소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친환경차인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경우 충전소와 생산·저장 설비 등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다. LPG 충전소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달 기준 서울 전역에 LPG 충전소는 77곳이며 전국으로 확대해도 1948곳에 불과하다. 이는 서울 501곳, 전국 1만1540곳에 달하는 주유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LPG 충전소를 추가로 짓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LPG충전소가 위험물 저장 및 처리시설로 분리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새로운 충전소 건설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LPG 차량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는 줄일 수 있는 반면 이산화탄소는 급격히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의 SM6의 경우 디젤은 CO2 배출량이 109g/㎞인 반면 LPG차량은 141g/㎞으로 높다. K5도 디젤 116g/㎞, LPG 138g/㎞로 차이가 난다. 결국 이산화탄소 증가로 미세먼지 만큼이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온실가스배출량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은 반갑지만 아쉬움도 있다"며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문제도 있는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