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부진했던 탓이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 리츠의 포트폴리오가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사모펀드의 자금 회수용이란 시선이 수요예측 실패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홈플러스는 14일 리츠 상장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키로 했다. 홈플러스 측은 "보통주에 대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시행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워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리츠는 공모 규모만 1조5650억~1조7274억원으로 올해 최대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국내 리츠 사상 최대 딜(Deal)이기도 했다.
결국 '최대 규모'가 발목을 잡았다. IB 업계에 따르면 실제 기관투자자 자금은 해외에서 7억달러(약 7900억원), 국내에서 1900억원을 모아 공모 자금의 60%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홈플러스 리츠 상장철회의 결정적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IB 본부장은 "기관 자금이 절반 정도밖에 모이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을 강행하면 나머지 물량을 주관사들이 떠안아야 한다. 물량을 받더라도 상장 후 기관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렇게되면 주가가 하락해 결국 개인투자자 손해로 이어진다"면서 "상장을 포기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상장한 리츠인 이리츠코크렙은 공모청약에서 0.45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해 상장 주관사가 실권주를 대거 떠안았다. 이후 증권사는 블록딜을 통해 공모가(5000원) 대비 9% 낮은 4550원으로 물량을 처분했다. 이리츠코크렙은 여전히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 홈플러스 매장만 51개, 위험분산 안 돼
홈플러스 리츠는 홈플러스홀딩스의 매장 44곳과 홈플러스스토어즈의 매장 7곳을 매입한 뒤 임대료 수익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리츠가 상장 후 첫 2년간 내건 목표 배당수익률은 7%대다.
하지만 홈플러스 매장으로만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위험분산이 이뤄지지 않아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마트 시장이 꺾이면 리츠의 수익률이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어서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社)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동김해점과 부천중동점을 폐점하기도 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리츠를 보면 어느 한 분야의 업황에 수익률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오피스, 호텔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서 "대형마트로만 구성된 리츠는 위험 분산이 전혀 되지 않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리츠 상장이 사모펀드의 자금 회수 목적이라는 점도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투자금 회수를 위해 홈플러스 리츠 상장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리츠로 유입되는 금액으로 2015년 9월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생긴 3조2069억원(지난해 2월 결산 기준)에 달하는 차입금을 상당 부분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회사 측은 부인했지만,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홈플러스 리츠 상장을 통해 MBK파트너스가 단기 수익을 먹고 빠질 것이란 여론이 컸다"면서 "리츠는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모펀드와 연관돼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귀띔했다.
일부에선 리츠 시장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대표이사는 "단기적으로는 리츠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결국 숙제가 주어졌다고 본다"면서 "좋은 리츠 상품은 소득재분배 효과는 물론 국민 노후 자금으로 활용도가 높은 만큼 세제 혜택, 금리 등 제도적 인센티브를 통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