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이어 LG도 '대표이사-이사회' 분리 움직임
투명 경영 위한 이사회 독립, 잇단 악재에 효율성 의심
경영계 "기업 운영에 있어 실용성 떨어질 수도" 우려
본격적인 기업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이한 가운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가 재계 추세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의장 분리가 기업 투명성 제고 등 본 목적 외에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 주총 트렌드…'이사회 독립'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주 주총을 실시하는 기업은 120개에 이른다. 유가증권시장 85개사, 코스닥시장 35개사다.
최근 재계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사회 독립성 보장을 위한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양상을 보인다. 삼성전자에 이어 SK그룹 등도 투명한 경영을 위해 이사회 의장을 따로 두고 기업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정관 변경으로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에 오를 수 있다. 현재 의장은 대표이사가 아닌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이 맡고 있다.
SK그룹 지주사 SK주식회사의 경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겸임 규정을 최근 폐지했다. 최태원 회장은 정관 변경에 따라 이번 정기 주총 후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LG그룹은 '구광모 체제' 출범 후 첫 정기 주총에 돌입한다. 상장 계열사 12곳 가운데 9곳이 오는 14~15일 정기 주총을 실시한다. 지난해 실적 승인과 함께 계열사별 '이사회 독립' 관련 안건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이사회 독립은 재계 전반에 확산하는 분위기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분리할 경우 최고경영자(CEO)는 경영진을 대표해 기업 운영 전반을 책임진다. 이사회 의장은 경영진을 감시·감독하는 기능에 충실한다. 또 이사회의 독립적 의사결정을 통해 반복되던 '거수기' 논란도 잠식할 수 있다.
◆당·정도 등 돌린 마당에…이사회까지?
정부와 여당은 최근 '공정경제'를 빌미로 기업 활동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 총수 등 최대주주 권한을 축소하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대기 중이다. 대부분이 최대주주나 기업 총수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일반주주의 권한을 향상한 법안이다.
검찰과 '재계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칼을 빼 들었다.
검찰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중심으로 대기업 수사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했거나, 총구를 겨냥한 대기업은 2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갑질근절과 일감 몰아주기 관행 개선 명목으로 기업을 옥죄는 모양새다. 자산총액 2조~5조원 사이 기업과 조사 사각지대에 있던 중견기업을 타깃으로 올려놓고 예의주시 중이다.
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수위는 높아지고 있고,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에 따른 일반주주의 의안 직접 제시도 늘어난 상황이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장점이 있지만, 단기 투자차익만 노린 수법도 우려된다.
◆이사회 독립, 기능 충실할까
중앙대 경영학부 위정현 교수는 이사회 독립에 대해 "기업 전체에 대한 투명성이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실질적 기업 운영에 있어선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총수가 의장을 맡을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설명과 함께 바로 의결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이사회 의장이 따로 있을 경우에는 의장이 평소 기업 내부의 민감한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하면 주총에 혼란을 주거나 경영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 경우 경영진은 주총에서 의장과 이사회에 사업 설명을 장황하게 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비효율적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위 교수는 또 "투명성을 강조한 나머지 기업 경영과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 의장이 될 수도 있다"며 "경영진과 갈등이 생길 경우 의장직을 악용해 기업 운영을 방해할 가능성도 언제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