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측근 불법선거운동에 불거진 도덕성 흠집 회복 급선무[/b]
[b]최저임금·근로시간단축·주휴수당 폐지등 현안 '수두룩'[/b]
[b]표준원가센터·중소기업 전문은행 설립약속 이행 숙제[/b]
[b]8년간 회장 재직시 불거진 여당과 관계복원도 불가피[/b]
4년 만에 돌아온 김기문 회장(사진)이 중소기업계 '맏형'인 중소기업중앙회를 다시 이끌어가게 됨에 따라 풀어야할 숙제와 업계 현안이 산적해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제26대 중기중앙회장 후보자 선거기간 중 김 회장 측에서 유권자와 기자에게 각각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포착돼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큰 타격을 입은 만큼 도덕성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올해를 포함해 최근 2년간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현안도 적지않다.
여기에 덧붙여 김 회장은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표준원가센터 설립, 중소기업 전문은행 설립 등 굵직한 공약까지 내세워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거리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대목이다. 김 회장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중기중앙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중기중앙회가 대주주로 있는 홈앤쇼핑의 운영, 인사 문제 등을 놓고 지난해까지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집요하게 문제점을 파고는 등 여당과의 관계가 소원하기 때문이다.
3일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오후 2시 경기 과천에 있는 선관위 사무실에서 김 회장에게 당선증을 전달한다.
지난달 28일 열린 중기중앙회 총회에서 김 회장은 후보자 5명이 치른 1차 투표에서 1위,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와 치른 최종 결선 투표에서 533명 가운데 296표(55.5%)를 각각 얻으면서 차기 회장에 뽑혀 2023년 2월27일까지 중앙회장직을 맡게 됐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선거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르기 위해 중앙선관위에 선거 사무를 위탁했다. 처음으로 전자투표까지 도입했다.
하지만 불법선거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특히 이 가운데 선관위는 선거 기간 중 2건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선관위는 고발당한 후보자측을 적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권자에게 현금을 살포한 것과 취재기자에게 현금·선물을 제공해 고발된 2건은 모두 김 회장과 연관된 것들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검찰 고발은 선거 기간 중 있었던 '경고'와 '공명선거협조요청'과 비교하면 가장 무거운 조치"라면서 "다만 고발건에 대해선 검찰과 경찰이 조사를 진행중인 만큼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당선 직후 출입기자들과 대면한 자리에서 관련 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해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관련 사안으로 측근이 조사받는 것을 놓고는 "(금품을 제공한 사실에 대해)모르는 일"이라며 자신과 선을 분명하게 그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선거 기간 중 측근이나 비서 등 누구라도 돈봉투를 뿌려도 후보자가 직접 주는 것만 아니면 결국 '합법'으로 간주되는 관련 선거법은 하루 빨리 개정해야 악습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기문 신임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28일 당선이 확정된 후 중소기업중앙회 깃발을 들고 웃고 있다. /중기중앙회
김 회장이 도덕성 회복과 함께 해결해야 할 중소기업계 현안도 곳곳에 쌓여있다.
김 회장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당선 이후 밝힌 약속에서 ▲최저임금 동결 ▲주휴수당제 산입 폐지 ▲노사협의로 연장근로 허용 ▲탄력근로제 1년으로 확대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을 1순위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선거기간 중 "기업을 힘들게하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해 업계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대변하겠다. 경제 현안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논란의 중심에 과감히 뛰어들겠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이 재임 기간 중 설립을 약속한 표준원가센터와 중소기업 전문은행은 신선한 공약이라는 평가다.
표준원가센터는 대기업, 중견기업 등과 원·하청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원자재와 인건비 등에 연동해 제대로된 납품단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안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센터를 통해 조달 품목, 대기업 납품단가, 보험수가 등 업종별·품목별 표준원가를 제공해 중소기업들에게 적정 이윤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 전문은행은 김 회장이 과거 중기중앙회장 재직 시절에도 주장했던 것이다.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비 올때 우산을 뺏기는 상황'을 수시로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소기업에 최적화된 은행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 골자다.
중소기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 사이 인터넷은행이 두 곳이나 탄생하는 등 금융환경도 충분히 조성됐고, 정부가 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을 적극 활용하면 중소기업을 위한 전문은행 설립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통해 은행 문턱을 과감히 낮추고, 긴급 자금 융통 등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 회장에 대한 여권내 '불편한 시각'을 조기에 불식시켜야하는 것도 또다른 과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회장이 물러난 지 한참 뒤인 지난해 국감에서도 김 회장과 홈앤쇼핑을 놓고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홈앤쇼핑은 김 회장이 재임시절 만든 TV홈쇼핑으로 중기중앙회가 대주주이다. 홈앤쇼핑 출범후 김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강남훈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이인규 전 대검찰청을 홈앤쇼핑 사외이사로 영입했고, 또 김 회장과 강 전 대표가 홈앤쇼핑 운영 과정에서 각종 의혹을 샀다고 산자중기위 내 여당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김 회장과 여당의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차기 중기부 장관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김영선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실제 입각할 경우 주무부처와 '카운터 파트'로 업계 대표 단체이면서 김 회장이 이끌어 갈 중기중앙회간 관계 복원은 '선택'아닌 '필수'라는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