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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이통일 목사 "함께 사는 탈북 청소년, '꿈꾸는 방식'에 도움됐으면"

이통일 목사가 7일 서울 도봉구 아크인터내셔널 카페에서 메트로와 인터뷰 하고 있다. '한국경제' 기자였던 그는 2003년 사업 실패 후 신앙인의 길을 걸으며 북한 동포의 현실을 접하고 '통일 사역'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졌다고 한다. 아내 장남일 씨가 운영하는 커피 회사 아크인터내셔널도 탈북민 선교기업이다./이범종 기자



오늘 아침도 전쟁이다. 서울 강북구 삼양동 다세대 주택. 새벽기도를 마친 목사 부부가 아래층을 향한다. 기상시간은 7시. 남자 아이들은 이통일 예수누리교회 목사가, 여학생은 아내 장남일 씨가 깨운다. 지난해 6월부터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한꿈학교' 기숙사 사감을 맡고 있는 이통일 목사는지난 7일 도봉구 아크인터내셔널 카페에서 "10대 청소년들과 생활하다보니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미소 지었다.

◆욕망 좇다 탈북자 선교의 길로

한때 욕망의 산을 오르다 고꾸라진 그는 신앙의 길을 밟고 소명의식을 갖게 됐다. 10년간의 언론인 생활을 끝낸 이통일 기자는 2000년 벤처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3년 뒤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중소기업 경영자가 목숨 끊는 이유를 알게 됐어요. 배신감과 자책이 정점에 이를 때, 미국에서 선교사 친구가 연락하더군요. 기도하다가 저의 위기를 느꼈다면서요."

이 목사는 그해 '두란노아버지학교 운동본부'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며 이곳 월간지 편집장도 맡게 됐다. "2008년 탈북자 사역 하시는 분을 인터뷰 하면서, 북한 동포들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억압된 삶을 사는지 알게 됐습니다. 이후 2010년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면서 통일 사역에 대한 소명을 확인했지요. 통일 선교 사역 단체들과 협력하고 다양한 탈북민들을 만나며 복음통일 선교사로 살고 있습니다." 아내 장남일 씨도 2012년 원두커피 회사 아크인터내셔널을 세우고 탈북자 선교를 돕고 있다.

이 목사와 한꿈학교의 인연은 2014년 시작됐다. 가을 바람이 불자, 당시 교감이던 최주을 씨가 찾아와 도와달라고 했다. "어려운 상황을 듣고 그날로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상가 건물 지하, 곰팡이 피어난 천장 아래 공부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고 어떤 식으로든 돕기로 했습니다." 이때부터 2년간의 정기 후원이 이어졌다.

다시 2년 뒤, 이번에는 기숙사 사감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김두연 교장은 다른 목사가 7년간 맡아오던 사감직을 이어달라고 했다. 이 목사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한꿈학교 기도회에 다녀온 아내 장씨도 기숙사로 향했다.

이통일 목사는 "탈북 부모가 중국에서 낳은 아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면서도 중국식 사회주의 세계관이 있어 자기중심적이고 허황된 부분이 많은데, 이 점은 탈북 청소년도 마찬가지"라며 안타까워했다. 한꿈학교와 기숙사에서 아이들의 의사소통 능력과 책임감 기르기에 관심을 쏟는 이유다./이범종 기자



◆탈북 청소년 '꿈꾸는 방식' 도움 필요

현재 13세대가 사는 다세대주택은 학생 기숙사로 6세대가 쓰인다. 한꿈학교 교사 2명, 남학생 8명, 여학생 6명, 사감 부부가 각 호실과 방을 나눠 쓴다. 학생 나이는 12살~19살로 다양하다. 학생도 이통일 목사도 탐색전과 전면전을 거치며 서로를 알아갔다. "처음에는 정말 부드럽게 잘 해주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질서 없는 생활과 희박한 시간개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제대로 된 가정 경험이 부족한 탓이지요. 세 살 버릇 여든 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인생의 한 지점에서 스스로 깨닫는 때가 어서 오길 바라며 기도합니다."

눈치를 보던 아이들은 시간이 흐르자 규율을 어기기 시작했다. "사감 된 지 한 달도 안 된 때였어요. 일요일 오후 9시는 모두 기숙사에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시간인데, 사내 아이 셋이 없어요. 친구 생일이라며 자정이 넘도록 안 오더니 거기서 자고 학교에 간다는 거예요. 그 길로 경기도 포천으로 찾아가 모두 차에 태워 왔습니다. 그때부터 애들이 '이 사람은 이게 안 통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 모양이예요(웃음)."

이 같은 생활이 가능한 이유를 묻자, 작은 한숨이 나온다. "저희는 육신으로 낳은 자녀가 없습니다. 저는 과거 기자 생활 할 때 음주가무가 심했고, 외국도 돌아다녔죠. 언제나 아내를 외롭게 했어요. 이후 회개하고 선교지 돌아다니며 교회도 개척하는 동안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만 선교지에서 만난 멕시코 인디오 아이들이 함께 사는 동안 엄마, 아빠로 불러주어 행복했지요."

지금 사는 대가족은 미래 한반도의 축소판이다. 탈북 청소년이 겪는 불안감과 불완전한 현실 인식, 이들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은 시급하고 어려운 과제다. 현재 북한에서 온 학생은 2~3명으로, 나머지는 탈북한 부모가 중국에서 낳은 아이들이다. 이들은 치열한 일과를 보내는 한국의 10대와 달리, 시간 관리와 정리정돈 습관이 부족한데다 한국어도 서투르다고 한다. "한국말을 잘 못하니 공부는 물론 한국사회도 막연히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정체성을 중국인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숙사에서는 자기 정체성을 찾도록 돕고 한국에서의 생활 규칙을 익히게 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한꿈학교에서는 한국어는 물론 학습 능력 향상에 집중하며 개인별 상담을 진행합니다."

꿈을 꾸는 방식이 나이에 맞지 않는 점도 걱정이다. "누구나 어린시절 대통령이나 스타를 꿈꾸다가, 청소년기에 현실세계와 자신의 개연성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한국말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노력 없이 '한국 학교 대충 다니다 미국 대학 가서 의사가 된다'는 식으로 허황된 생각을 하곤 합니다."

발전 없는 통일 교육과 소통 부족은 탈북 청소년이 국민으로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 이통일 목사는 "남한 사람들은 탈북자에 대한 의심과 경계심이 상당한데, 이유를 물으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탈북자가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오죽하면 북녘땅을 등져야 했는지 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범종 기자



◆편견 없애고 함께 살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사회, 특히 어른들이 가진 편견이 걱정이다. "처음 저는 아이들이 일방적인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대단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알게 돼요. 돕고 싶다는 마음은 열망일 뿐, 아이들이 가진 그 허황된 생각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누가 그렇게 태어나고 싶었겠어요. 이미 어려운 환경에서 습관이 잘못 들었는데. 그대로 바라보되, 억지로 바꾸지 않고 나름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여러 선택지를 보여주는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죠.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한 아이들이 있는데, 지금부터 술 담배 하면 10년 뒤 원하는 꿈을 이루기 어렵다고 알려줍니다. 과거 저의 사례를 날것 그대로 이야기해줘요."

당초 이통일 목사는 사감직을 지난해 임시로 맡으려 했다. 하지만 학교는 이 목사 부부가 계속 있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소명으로 부름의 길을 가는 사람은 (인생이) 자기 계획으로만 되지 않아요. 하나님이 허락한 시간이 언제까지일까 생각하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삶을 인도하는 분이 '여기까지, 이때까지 하라' 신호를 주면 그때까지 해야겠죠."

잠시 턱을 당기던 그는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게 몇 년이 될 지, 평생이 될 지 알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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