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항항공이 별다른 기념 행사 없이 조용히 넘어간다.
창립기념일은 기업들이 해마다 챙겨온 연례행사로, 대한항공의 경우 창립 40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화합과 희망의 자리를 마련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는 한진그룹 오너 논란과 국민연금과 국내 행동주의 펀드 KGCI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공세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달 1일 국적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지만 별다른 홍보와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창립 50주년과 관련해 대규모 기념 행사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임직원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행사는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조양호 회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지난해 발생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로 촉발한 정부의 전방위 수사에 '벼랑끝'으로 몰린 상태다.
이로 인해 조현아·현민 등 조 회장의 자매는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경영 승계를 위한 '마지막 카드'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역시 대학 불법 편·입학에 따른 학위 취소 처분을 두고 당국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도 갑질 등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특히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해 경영 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경영권도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지난해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한진칼 지분을 획득하며 2대 주주에 오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잠잠했던 이들은 새해 들어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하며 사실상 조 회장 퇴진 요구에 나선 상황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올해 대내외 악재를 딛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나선다.
우선 전사적 경영체질 개선을 통한 재도약 기반 마련에 집중한다. 신시장 개척 등 수익성 중심의 사업운영을 통해 성장동력을 강화하고, 절대 안전 운항체제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또 질적 성장과 수익성 향상을 통한 재무 건전성 강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노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6월 서울에서 열리는 IATA 총회 개최로 국제 항공업계에서 위상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IATA는 매년 전 세계 항공사 최고경영자들과 항공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항공업계의 UN 회의'라 불리는 연차 총회를 개최한다. 서울 총회는 국내 항공 역사상 처음으로 대한항공 주관으로 개최된다.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활용한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 및 수익성 증대에도 나선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오는 4월부터 각각 인천~보스턴(대한항공)과 인천~미네아폴리스(델타항공) 노선을 신규 취항하는 등 미주 내 290여 개 도시와 아시아 내 80여 개 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더욱 편리하고 다양한 노선 스케줄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대한항공이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대대적인 그룹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