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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중기·제조에만 편향"…버려진 대기업

본지, 20대 국회 처리 의안 분석 결과 중기·벤처 지원 법안이 '절대 다수'



국회에 계류 중이거나 통과된 법안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소기업의 규제개선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법안들을 살펴보면 대기업에는 불리하고 중소기업에는 유리한 법안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메트로신문이 20대 국회의 처리 의안을 분석한 결과, 중소·벤처기업 지원과 관련한 입법안은 총 137건이며, 이 가운데 가결(수정가결 포함) 법안은 41건으로 나타났다. 계류 중인 법안은 96건이다. 반면, 대기업 지원이나 경영권 방어 관련 법안은 계류 중인 법안이 10여건에 불과했으며 그나마 통과된 법안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국회는 중소기업 경영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했다.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에 정당한 사유 없이 원가자료 등 경영상의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중소기업 피해를 방지하고 경영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했다.

반대로 말하면 위탁기업은 수탁기업에 대한 원가자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원가에 대한 상세 내역을 알 수 없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원가자료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위탁기업 입장에선 경영 부작용이 와도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관련 법안이지만 사실상 중소기업만을 위한 것이다.

반면 대기업 경영권을 보장한 제도는 없는 상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엘리엇 사태 이후 국회에서 '대기업 경영권을 보장해주자'는 얘기가 나왔었지만, 오히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경영 방어권 보장을 못 하게 했다"며 "재계를 옥죄는 법안만 줄줄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17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경제력 집중 억제시책을 적용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 일부에 대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 공시·신고의무 및 사익편취 규제 등을 적용해 자산 규모별 대기업집단 규제를 차등화해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이 외에도 대기업 경영에 위협을 주는 규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경우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선임 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 부여하는 제도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의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같은 법안은 소액 주주 권리를 높이자는 의도로 발의됐지만, 해외투기자본이 이사회에 진출해 회사를 압박하거나 부당한 이익 마련을 마련하는 등 경영권 위협에 악용할 가능성도 크다.

재계가 요구하는 것은 ▲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등 크게 두 가지다.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은 적대적인 경영권 침해 시도 발생을 대비해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차등의결권은 경영진이나 최대 주주가 보유한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갖도록 한다. 두 법안 모두 현재 계류 중이다.

국내 5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최근 대기업들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투자와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나 국회에서 기업을 도와주기는 커녕, 온갖 법률과 제도를 만들어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는 기업의 족쇄를 풀어주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대기업 입장에서는 점점 숨통을 조여오는 법안들만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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