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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38) 겸재 정선이 사랑한 섬, 선유도공원

지난 13일 선유도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 김현정 기자



한강에는 4개의 섬이 있다. 합정과 당산 사이 한강 중간에 둥둥 떠 있는 선유도는 밤섬, 노들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섬은 원래 40m 높이로 솟은 작은 봉우리였다.

고양이를 닮았다고 해 괭이산으로 불렸던 선유봉은 양화도 나루, 마포 잠두봉과 함께 한강의 절경 중 하나로 손꼽혔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선유봉'과 김정호가 그린 '경조오부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선인들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선유봉은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수난을 겪는다.

1925년 대홍수로 한강이 범람하자 일본은 제방을 쌓는다는 명목으로 선유봉의 암석을 캐기 시작했다. 1936년에는 한강치수사업을 위한 채석장으로 사용되면서 봉우리가 사라지고 섬만 남게 됐다. 근근이 섬으로 명맥을 이어가던 선유도에 1978년 정수장이 들어섰다. 영등포 일대에 1일 40만t의 물을 공급하던 시설인 선유정수장은 1998년 강북정수장 등 대형 정수장이 건설되면서 쓰임을 다하게 된다. 서울시는 쓸모없어진 정수장을 폐쇄하고 164억원을 투입해 공원으로 조성, 2002년 시민에게 개방했다.

◆공원으로 재탄생한 정수장

13일 정수지의 콘크리트 상판 지붕을 드러내고 기둥만을 남긴 ''녹색기둥의 정원'에는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기둥 30개가 우뚝 솟아있었다./ 김현정 기자



지난 13일 봉우리(선유봉)에서 채석장으로, 정수장에서 공원으로 4번의 변신을 거듭한 선유도공원을 찾았다.

서울시는 정수장의 흔적을 최대한 살려 공원으로 만들었다. 과거 송수펌프실이었던 곳은 전시공간으로, 취수탑은 카페로, 급속여과지는 공원 안내소로 탈바꿈시켰다.

공원 입구로 들어섰다. 오른쪽에는 메타세쿼이어 나무가, 왼쪽에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공원 관리사무소가 있었다.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게 변했지만 이날 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발길이 가장 먼저 닿은 곳은 '녹색기둥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정수지의 콘크리트 상판 지붕을 드러내고 기둥만을 남긴 정원에는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기둥 30개가 우뚝 솟아있었다.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온 윤지영(26) 씨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 온 것 같다"면서 "물 정화 시설이 세계문화유산과 견줄만한 건축물로 변신한 게 믿기지 않는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같은 것을 봐도 느낀 점은 달랐다. 친구와 함께 선유도공원에 온 홍성균(34) 씨는 "콘크리트 기둥 하나하나가 풀숲에 위장하고 숨어 있는 군인처럼 보인다"며 "공원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옛 시설의 특징을 잘 살린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13일 선유도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수생식물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정원을 빠져나와 길을 따라 걸었다. 염전처럼 생긴 콘크리트 수조가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원래는 여과지를 재활용한 수생식물 정원이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수조 안에 물이 전부 얼어 있어서 특별히 볼만한 것은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수생식물원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어린 식물들을 새로 심었다"면서 "크기가 작아 아직 보이진 않지만, 날씨가 풀리면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 곳도 있었다. 지하 1층~지상 2층, 총면적 1374㎡ 규모로 조성된 전시공간인 '선유도이야기관'은 텅 비어 있었다.

이날 선유도이야기관을 찾은 시민 김모(42) 씨는 "불도 다 꺼져 있고, 사람도 없어 귀신 나올 것 같다"며 "이게 낭비가 아니면 뭐냐"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전에는 아리수와 한강을 소개하는 공간이었다. 지금은 전시 대관공간으로 운영 중"이라며 "공익적인 전시회라든지 각종 공공기관에서 전시 요청이 들어오면 작품을 걸어 둔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과거 정수장이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펌프 기계라든지 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살려놨다"고 덧붙였다.

◆수로부터 선유교까지··· 출사 장소로 제격!

13일 선유도공원을 찾은 젊은이들이 '시간의 정원'에서 사진찍을 곳을 물색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약품침전지를 재활용한 '시간의 정원'은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한쪽 어깨에 전문가용 카메라를 걸친 젊은이들로 붐볐다. 사람들은 과거에 수로로 사용됐던 콘크리트 구조물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온 남동한(24) 씨는 "친구와 출사 나왔다"며 "물이 지나다니던 길이라고 했는데 액자 프레임처럼 생겼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 쓰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원의 하이라이트는 선유교로 불리는 다리다. 무지개처럼 생긴 보행교는 프랑스 2000년 위원회와 서울시가 새천년을 맞이해 공동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었다.

지난 13일 한 시민이 선유교 위에서 반려견과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반려견과 산책을 나온 시민 이유나(18) 씨는 "근처에 살아 강아지와 함께 매일 밤에 산책 나온다"며 "다리만 건너면 공원에 올 수 있다. 사실 이게 없었다면 접근성이 떨어졌을 텐데 다리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고 했다.

공원은 평일 3000명, 휴일 5000명이 찾는 영등포구 명소로 떠올랐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평균 92만명의 시민이 선유도공원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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