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과 첫 '삼성명장' 4인. 명장에게는 명예직과 소정의 포상이 주어진다. /삼성전자
전자 업계가 '베테랑' 기술자 예우에 나섰다. 기술직에 대해서는 정년을 없애거나, 장인 제도를 만들어 포상하는 등 공을 치켜세우는 모습이다.
◆'명장' 우대 붐, '정년 폐지'까지 도입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일 경기도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첫 '삼성명장' 4인을 선정하고 포상했다.
삼성명장은 기술 전문성과 노하우가 요구되는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장인 수준의 숙련도를 겸비한 직원을 인증하는 제도다. 기술뿐 아니라 후배 양성 및 경영 기여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첫 명장 4인은 제조기술과 금형, 계측과 설비 분야에서 배출됐다. 생활가전사업부와 글로벌기술센터,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와 TSP 등에서 골고루 나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명장 제도를 시행하면서 기술직 공로자에 감사를 표하고 동료 직원들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게 됐다"며 "명장은 명예직으로 소정의 포상금이 주어진다"고 소개했다.
앞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달 기술력이 높은 엔지니어를 정년과 관계없이 근무케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기술직에 대해서는 정년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시행할 방안을 고안해 올해 정년 대상자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기술직 우대 정책은 최근 업계 트렌드 중 하나다. 전자 업계는 매년 정기 승진 인사에서 현장 기술직을 중용하는 경향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임원급 기술직인 펠로우와 마스터를 운영하고, SK하이닉스가 기술사무직 호칭을 TL로 통일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은 안정성을 중요시 한다"며 "능력이 있는 기술자가 오래 일해주는 것이 회사에 긍정적"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달 '왁콘서트'를 열고 기술직 정년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SK하이닉스
◆인력 유출 방어 나서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업계 움직임을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하고 있다. 중국 전자 업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기술직을 흡수하는 상황이라 국내 업계가 이를 막기 위해 수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 전자공시를 기준으로 평균근속 연수는 삼성전자가 11.4년, SK하이닉스가 10.65년으로, 매출액 기준 상위 30대 그룹 평균 근속연수보다 다소 낮은 편이다. 여기에 기술직만을 보면 근속연수는 더 낮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정기적으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해외로 떠나는 기술직이 잇따르면서 위기감도 팽배해졌다는 후문이다. 특히 정년을 앞두거나, 승진 인사에서 고배를 마신 임원급 기술직 유출이 심각하다고 전해진다.
한 업계 종사자는 "중국 기업들이 임원 승진이 불발된 부장급이나, 계약 만료를 앞둔 임원급 기술직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제안을 해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대부분 1~2년 계약직에 중국 현지 근무지만, 정년을 앞둔 상황에서 연봉의 5배에서 10배 제안을 받으면 쉽게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직은 다른 업종에 비해 이직이 잦다. 근속연수가 낮다고 중국으로 인력이 유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역량 있는 인력들이 처우가 비슷한 경우에는 국내보다 해외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을 보인다. 정부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