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안) 개정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최저임금법 수정안이 재계를 강타했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면서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정휴일수당이 산입범위에서 제외되면서 고액 연봉을 지급하는 일부 대기업도 범법자가 될 위기에 놓였다. 재계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내보였다.
◆"연봉 6000만원도 최저임금법 위반"
25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수정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시급 산정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휴시간은 1주일 근무일수를 채운 근로자에 주는 일요일 유급휴가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적용하면 실제 최저임금은 20% 가량 늘게 된다.
예컨대 하루 8시간씩 5일을 근무한 근로자는 내년부터 주급을 40만800원 받게 된다. 실제 일한 시간으로 계산하면 시급이 1만원을 넘는 수준이다.
월 최저임금 기준 시간도 174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늘어난다. 최저 월급이 174만5150원이다.
특히 정부는 약정휴일시간과 약정휴일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하면서 대기업 임금체계도 정조준했다. 대기업 상당수가 약정휴일수당과 주휴수당을 합쳐 기본급을 지급해왔던 상황에서, 기본급 20%를 인정하지 않게 된 셈이다.
약정휴일은 노사가 합의 하에 유급휴가를 더 주는 제도다. 일주일에 5일을 일하면 토요일은 약정휴일, 일요일은 주휴시간으로 7일 임금을 받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기본급과 약정휴일수당, 주휴수당을 200만원 안팎으로 받아왔던 대기업 근로자도 최저임금에 저촉된다. 200만원 중 약정휴일수당이 25만5000원 이상인 경우다.
업황 변화가 커서 기본급이 낮은 업종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미 대우조선해양 근로자 800여명이 이같은 입장에 놓일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현대모비스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지난 3분기 전자공시 기준 평균 연봉은 대우조선해양이 4800만원, 현대모비스가 5700만원이다.
고용노동부는 우리 기업 급여체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린 상태다. 수정안 재논의는 오는 31일, 단속은 6개월간 유예한다는 방침이다.
◆재계, 거센 반발
재계는 정부 수정안에 입을 모아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모습이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서 제외하고, 실제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대법원이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대한상의는 24일 최저임금 시급 산정시 약정휴일시간과 약정휴일수당을 함께 제외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입장을 발표했다.
대한 상의는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에 비춰볼 때, 최저임금 준수 여부는 근로자가 실제 지급받는 모든 임금을 대법원이 판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실제 근로한 시간으로 나눠 계산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결의 취지대로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기업이나 영세·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며 "특히 대법원 판례가 일관되게 유급휴일 근로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와 배치되는 정부의 개정안은 재고되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 청취와 면밀한 검토를 통해 국회에서 입법으로 다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정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무회의에서 수정 논의된 것에 대해 경영계는 크게 낙담이 되고 억울한 심경마저 느낀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에서 최저임금제도의 전면적 개편 논의와 함께 입법으로 해결되고, 시행령 개정(안)의 정당성 자체가 문제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입법 완료 시까지는 이에 따른 정부의 기업현장 단속이 실시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에 요청 드린다"고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