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호실적을 기록하며 연임이 확실시되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 판도가 바뀌었다. CEO 교체와 더불어 새로운 조직구성으로 새 판을 짜는 모양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주요 증권사가 차기 CEO를 교체했다. 당초 연임이 확실시되던 인사까지 교체돼 여의도에 '인사 태풍'이 불고 있다.
증권사 인사 태풍의 시작은 한국투자증권이다. 최연소 증권사 사장으로 시작해 최장수 CEO로 이름을 날린 유상호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의 후임으로 투자은행(IB) 전문가로 통하는 정일문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어 KB투자증권과 옛 현대증권의 성공적인 합병과 안정화를 이끌어낸 윤경은, 전병조 KB증권 각자대표 체제도 막을 내렸다. 두 사람은 이달 말 임기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KB금융지주는 두 사장의 후임으로 박정림 KB증권 부사장 겸 KB국민은행 부행장과 김성현 KB증권 부사장을 내정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KB증권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만큼 단독체제로의 전환도 예상했다. 하지만 KB금융지주는 IB부문과 자산관리(WM)부문 전문가를 각자 내세워 두 사업의 고른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새로운 CEO를 맞이하게 된다. 해외투자, 채권 등 고른 성장을 통해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보다 25.3%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새로운 CEO를 통해 더 큰 성장을 꾀하는 모양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홍원식 사장의 후임으로 김원규 전 NH투자증권 사장을 내정한 상태다. 김원규 전 사장은 NH투자증권이 초대형IB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전격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1일 신한금융지주가 자회사경영위원회를 열고 김병철 투자운용사업(GMS) 부문장(부사장)을 차기 신한금융투자 사장으로 내정한 것. 그간 신한지주 내 CEO 임기는 2+1년이라는 관행이 이어져 왔고, 김형진 사장 취임 이후 2년간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연임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주가 조직의 '안정'보다 '변화'를 택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증권가는 새로운 인사뿐만 아니라 조직개편, 인재영입 등을 통해 새판을 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미래에셋대우는 IB 강화를 위해 IB총괄 대표직을 신설, 김상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트레이딩(Trading) 총괄, WM총괄도 새로 만들었다. 해당 부서에는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올 상반기 22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받은 김연추 투자공학부 팀장을 비롯해 김성락 투자금융본부장 등을 영입하면서 조직에 힘이 실렸다.
NH투자증권은 기관영업을 담당하는 홀세일 사업부를 신설하고 김태원 DS자산운용 공동대표를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키로 했다. 자산관리 부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거액 자산가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어블루본부와 중소·벤처기업 담당 WM법인영업본부도 만들었다.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을 통합 운용하는 운용사업부도 신설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정세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권업계는 새로운 사업판을 짜야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기존 CEO의 스타일을 벗어나 IB 강화 등 새로운 전략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 조직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