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이른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시장 저변에 퍼지면서 주식시장이 침체되고 있다. 금리 변화가 글로벌 경제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는 당분간 박스권을 이어갈 전망이다.
9일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주요국은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4.0% 하락했고, 일본 토픽스 지수도 3.4%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2.5%), 나스닥(-1.9%), 한국 코스피(-1.3%) 등 주요 지수가 하락했다. 이는 미국의 장기, 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R'의 공포가 퍼진 영향이다.
최근 뉴욕시장에서는 3년물 국채금리가 5년물 금리를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증폭됐다. 현재 2년물과 10년물 금리 스프레드(차이)는 11.9bp(1bp=0.01%포인트) 수준까지 좁혀졌고, 10년물 금리는 3%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하향되고 있다.
만약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가 10bp 이하로 좁혀질 경우 시장 충격을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단기금리의 경우 금리인상 폭을 빠르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2년 금리가 10년 금리를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2년·10년 금리가 역전된 1988년 12월, 2000년 2월, 2006년 1월 모두 2~4분기 이후 성장둔화가 가시화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금리도 이와 동조화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75%포인트 내린 연 1.983%로 장을 마감하면서 3년물 금리와의 차이는 0.144%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 이는 2008년 10월 이후 10년 2개월만에 가장 작은 격차다.
다만 아직 경기침체기에 접어 들었다고 속단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0년물과 2년물, 30년물과 10년물의 동반 역전이 나타났을 때 증시 고점이 확인된 바 있는 만큼, 아직은 주가의 본격적인 하락세를 예상하는 채권시장 시그널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18~19일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2.25~2.50%) 인상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내년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봤다. 실제 연방기금 선물시장에 내재된 내년 기준금리 3차례 인상 확률은 10월 초 20%에서 현재 5% 내외까지 떨어졌다. 1번 인상 가능성은 86%에 이른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9월 FOMC에서 연준위원들이 3차례 정도로 예고한 내년 기준금리 인상은 1~2차례 수준으로 후퇴가 예상된다"면서 "연준발할인율(=무위험수익률) 상승부담은상당히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는 미국 금리인상 속도 조절로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으나 여전히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주가 상승을 제한할 전망이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결국 미중 무역갈등 해소 여부가 신흥국 증시의 추가 반등의 열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