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은 1978년생으로 40세에 불과하다.사이언스 파크를 둘러보는 구 회장/LG
재계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개혁 드라이브에 한창이다. 수시로 단행되는 조직 개편과 인사를 놓고 명분보다는 실리에 초점을 맞추면서다.
경영 세대교체가 만든 분위기다. 최근 주요 그룹은 오너 3·4세 경영체제로 전환을 마무리 짓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4개 대기업 그룹 총수는 평균나이가 49세에 불과하다.
◆ 경영 안정에 방점
4일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은 이달까지 2019년 정기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인사를 발표했고, 삼성 전자계열사와 SK가 6일을 전후해 인사를 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도 이달 중 정기 인사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대' 총수가 운영하게된 그룹사들은 안정을 중심 과제로 삼는 경향이 뚜렷하다. 올해 처음 '구광모 체제'에 돌입한 LG는 지난달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단을 대부분 유임했다. 당초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40세에 불과한 만큼 세대 교체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결국 선대 회장 사람들을 대부분 남기는 방향으로 결정지었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최근 삼성 금융계열사는 5개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모두 유지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전자계열사도 사장단 평균 임기가 3년에 가까운 상황, 내년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그룹도 최고경영진을 대폭 교체할 예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만은 다소 다른 분위기다. 올 초 사장단을 대부분 50대로 개편했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취임한 후인 11월에도 해외 부문 인사를 대폭 물갈이했다. 정기 인사에서도 적지 않은 임원 인사가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임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부여해왔다"며 "역성장 늪에 빠지면서 쇄신 노력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일찌감치 외부 인재 영입을 적극 영입하면서 글로벌 기업 위상을 높여왔다. 사진은 2017년 코나 출시 행사. (오른쪽부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 이상엽 현대스타일링담당 전무. /현대자동차
◆ 실무 중심 혁신
또다른 변화는 혁신이다. 그룹사들은 위로는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아래로는 조직 개편을 통해 시대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LG는 미래먹거리를 정조준한 조직개편을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CEO 직속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Task를 신설하고, 융복합사업개발센터를 부문으로 승격시키는 것 등을 통해서다.
삼성전자도 작년에 인공지능 연구조직 'AI센터'를 새로 만들면서 조직 개편을 시사했다. 올해에는 DS부문에 속한 전장사업팀을 확대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SK도 최근 SK네트웍스가 AJ렌터카를 인수하는 등 모빌리티 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는 만큼, 그룹 전장사업을 통합 지휘할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도 큰 변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해외 권역본부체제 정비를 마무리했고, 조만간 새로운 지배구조개편안도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래차 분야에서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38세인 1998년 회장직을 맡아 아직 50대 젊은 총수다. 지난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을 관람하는 최 회장. /뉴시스
◆ 파격 승진까지
혁신 의지는 인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체로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 인사를 발표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엔 파격적인 인력 배치가 적지 않게 이어진다.
LG전자는 최근 1979년생인 송시용 책임을 상무로 승진시켜 주목받았다. 그 밖에도 실무 경험이 풍부한 기술직을 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그룹사들도 기술직을 우대하는 분위기여서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세대 총수는 외부수혈에 적극 나서면서 순혈주의를 타파하려는 노력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해외 인재 수혈로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피터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을 비롯해 알버트 비어만 고성능 부문 담당 사장 등 자동차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연달아 영입해왔다. 꾸준히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면서 인재 찾기에도 적극적이다.
구광모 LG 회장도 취임 후 외부 인사를 4명이나 중용했다. 순혈주의를 강조하던 LG그룹에서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SK와 삼성은 경영진보다는 실무진을 중심으로 외부 수혈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AI 부문에서 해외 인재 찾아나서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외국인 임원 비율이 5%를 넘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