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내년부터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른바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SRI는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말한다.
다만 SRI 투자가 기존 지수보다도 수익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의 한계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보다는 '나쁜 기업'을 선별해 내는 전략이 현실적인 사회책임투자라고 조언한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RI 펀드 설정액은 2016년 1231억원에서 현재 3161억원으로 늘어났다. 사회책임투자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2년 새 세 배 가까이 몸집을 불린 것이다.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을 통해 사회책임투자 규모를 키우는 만큼 기관 및 개인투자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일부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6조9000억원 수준(위탁자산의 11.4%)인데 향후 국내 주식 위탁 운용자산 중 책임투자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책임투자 규모는 1~2년 내 20%, 3년 내 40%, 5년 내 30%로 확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운용전략실 산하의 책임투자팀을 분리해 책임투자실로 승격시키고 인원을 3배 늘렸다. 그만큼 투자전략에 큰 변화를 암시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국민연금이 기본적인 기업의 재무평가 이외에 환경(E), 사회책임(S), 지배구조(G) 등 사회책임투자(ESG)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착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거나 배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문제는 수익률 측면에서 ESG 투자 매력도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투자로 유명한 도미니 임팩트(Domini Impact) 펀드의 수익률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지수 수익률을 밑돌고 있다. 심지어 술, 도박, 카지노, 무기 등 '나쁜 기업'에 투자하는 바이스 펀드(Vice Fund)보다도 낮았다.
국내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설정된 SRI 펀드(규모 10억원 이상)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5.51%로 같은 기간 국내 액티브 펀드 평균 수익률(-14.87%)보다 낮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대대적인 조정보다 ESG 점수가 열등한 '나쁜 기업'을 포트폴리오에서 제거하는 책임투자 방법이 현실적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미 네덜란드, 노르웨이 연기금은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통한 책임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무기생산기업 ▲담배생산기업 ▲환경파괴 ▲아동, 노동 등 인권탄압 ▲온실가스 배출 ▲부패 등을 기준으로 투자대상 기업을 배제하는 방법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착한 기업으로 모두 채우는 것보다 수익률을 결정짓는 중심 종목은 운용역의 재량으로 구성하고, ESG에서 배제되는 기업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투자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선 무기, 술, 환경파괴, 인권위배기업을 편출하는 전략이다. MSCI ESG는 환경, 인권 지배구조, 노동권리 등 여러 기준을 통해 개별기업의 ESG 등급(rating)을 1~10으로 평가하는 각 카테고리에서 평가등급이 1로 가장 낮은 기업을 편출하면 된다.
또 지배구조 등급이 하락한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지배구조원은 각 기업의 지배구조는 A~D로 분류한다. 지배구조원은 매년 지배구조 등급을 발표하는데 등급이 하락하면 편출 혹은 비중 축소, 등급이 상승하면 편입 혹은 비중을 확대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