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한국공인회계사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논란이 불거진 현행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과 관련해 "어디까지 전문가 판단을 허용할 지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과거 '룰 베이스(규정 중심)'로 돌아가는 게 차라리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FRS는 '풀다 만 숙제'다"라며 "기업, 회계감사인, 감독당국 삼자(三者)가 IFRS 운용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IFRS의 문제점은 유럽의 여러 거래소 기준을 통합해 보겠다는 의욕에서 출발했지만 합의된 부분만 합의하고 나머지는 내버려 뒀기 때문이라는 것.
한국이 2011년 도입한 현행 IFRS는 규정 중심이 아닌 원칙 중심 회계처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상세한 규정 대신 원칙을 제시해 기업에 재량권을 주는 방식이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어디까지 전문가 판단을 허용할 지, 어느 범위에 들어오면 논쟁하지 않을 지 등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며 "그게 불가능하다면 과거 '룰 베이스'로 돌아가는 게 차라리 낫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회계사회는 IFRS를 해석할 법적인 권한은 없으나 20명으로 구성된 패널에 질의하면 이들이 토의하고 결론을 내 질의한 회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시스템을 자구책으로 구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최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적' 분식회계 판단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보여주지 않은 게 문제라는 것인데 모든 정보를 회계사들이 재무제표에 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의 주장은 '회계사들은 분석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맞는 지, 틀린지만 확인해 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 외적인 부분은 "펀드매니저, 증권가 투자은행(IB) 사람들이 자체 분석 능력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최종적인 기업 평가는 투자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잡한 정보가 흘러다니는 자본시장에서 개인이 투자하기 쉽지 않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기업 평가를 할 자신이 없다면 펀드에 가입하는 등의 간접투자방식으로 투자를 해야하고, 기업 평가는 그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회계사 증원 계획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22일 내년도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인원을 기존 850명에서 1000명으로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계감사 기술환경이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며 "회계사는 한 번 자격을 획득하면 '서비스 라이프'가 40년이고, 앞으로 40년간 변화할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 회계사 수를 늘리는 것은 결코 현명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최 회장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측면도 있지만 단기적이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일자리를 망가뜨릴 수 있으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전문 자격사 정원을 늘리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삼일회계법인에서 국내 회계법인 첫 노조가 출범한 것에 대해 "우리 법상 노조 설립은 자유"라면서도 "회계사 제도는 선배가 후배를 훈련하는 도제 시스템인데 그런 시스템에서 노조가 생긴 것에 대해 선배들은 왜 후배들이 노조를 결성해야 했는지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