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위기에 빠진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7일 제네시스 브랜드를 대표하는 글로벌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 G90의 국내 출시 행사에 불참했다. 대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네시스의 사전기획 단계부터 전면에서 진두지휘하며 공을 들였던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의 '미국행'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의 출시이며 두 번째는 최근 미국 검찰이 현대·기아차의 170만대에 대한 리콜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우선 정 부회장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플래그십 SUV 모델인 팰리세이드 알리기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LA 오토쇼 개막에 이틀 앞선 28일 열리는 '오토모빌리티 LA' 행사에서 직접 팰리세이드를 소개하고 현지 분위기를 점검할 방침이다. 여기에 현대차는 미국, 유럽 등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홍보대사로 선정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또 LA오토쇼 개막을 앞두고 팰리세이드가 추구하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현대 스타일 나이트'를 개최했다. 미국 LA 웨스트 헐리우드에서 미국과 한국의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와 패션디자이너가 공동 디자인한 '팰리세이드' 스타일의 패션을 선보이면서 '팰리세이드'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자리를 마련한 것.
정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고 대대적인 마케팅 진행을 통해 미국 현지 판매 부진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뚜렸해 보인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국 현지에서 현대·기아차의 세타2엔진에 대한 추가 리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현지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세타2엔진에서 공정상 오류로 금속 이물질이 베어링 부분에 유입돼 결함이 발생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세타2엔진 결함으로 지난 2015년과 2017년에 총 170만대를 리콜했는데 추가 리콜 가능성이 불거졌다.
외신에 따르면 뉴욕 검찰은 현대·기아차가 지난 2015년과 작년 각각 실시한 세타2엔진 결함 관련 리콜의 시기와 대상범위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현지 자동차 소비자단체 CAS는 지난 6월부터 현대·기아차 차량 화재 관련 103건의 민원 제기를 이유로 300만대 규모의 차량 리콜을 요구해왔다. 이후 화재 발생 패턴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관련 조사가 중단됐지만 현지 상원의회가 현대·기아차 양사의 미국 법인 최고경영진 청문회를 추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시장 판매 부진 등으로 지난 3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가 최악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관건"이라며 "그룹 2인자 자리에 오른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혹독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