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신차·신기술 개발' 등의 혁신에 나선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3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나 급감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2010년 이후 최악이다. 기아차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713억원, 영업이익률은 0.8%에 머물렀다. 외견상 영업이익이 전년비 흑자로 돌아섰으나 당초 시장 예상치 2800억원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 글로벌 시장 점검
정 부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현장을 다니며 답을 찾고 있다.
지난 9월 정의선은 부회장에서 그룹총괄 수석 부회장으로 9년 만에 승진하며 '정의선 시대'를 알렸지만 불과 2개월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올해 3분기 현대·기아차가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판매 부진으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글로벌 시장 환경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반전을 위해 발빠르게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 정 부회장은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달 초 직접 유럽을 찾아 체코 공장을 둘러보고 영국 등 현지시장을 돌며 생산 상황을 확인했다. 9월 승진한 이후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두 번째 해외 출장길이다. 정 부회장이 방문한 체코 공장은 유럽시장의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가동을 시작해 현대차 유럽 판매 물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현대차는 중국과 미국에서 흔들리는 것과 달리 유럽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에 힘입어 순항중이다. 올 4분기에도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목표인 첫 연간 100만대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 부회장은 지난달 대북 경제사절단을 포기하면서까지 미국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신기술 개발·신차 출시로 돌파구 모색
현대·기아차는 최근 주요 부문에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제품 및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는 역량 확보에 나선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글로벌 상품 및 디자인 혁신 ▲수소전기차,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역량 강화 ▲글로벌 현장 중심의 자율경영 체제 가속화 등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연구개발 역량 향상과 함께 글로벌 ICT 기업 등과의 협력 또한 지속해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대·기아차는 신차 출시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한다. 지난 8월 현대차의 가장 든든한 수출 상품인 준중형 SUV 투싼의 부분변경 신차를 내놨고, 스테디셀러 아반떼 역시 부분변경 신형의 판매에 들어갔다. 앞으로 두 차종의 내수와 수출 판매가 본격화 되면 미국 시장 판매 부진도 조금은 완화될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
여기에 현대차와 제네시스 각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판매를 연내 추진한다. 기아차 새 대형 SUV 텔루라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제네시스는 플래그십 세단 EQ900의 부분변경 신차를 내놓는다. 이름도 G90으로 변경할 방침이다.
기아차도 신차 판매 확대와 신흥시장 공략 강화, RV 판매비중 확대 등을 진행한다. 최근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끌고 있는 '신형 K3'의 판매를 확대하고 지난 4월 출시돼 국내에서 월 1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고 있는 '신형 K9'을 미국에 투입한다. 러시아와 멕시코 등 신흥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 4분기 안으로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 G70을 투입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 기술 선도할 수 있는 역량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며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현대·기아차는 단순 자동차제조사가 아닌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공급기업'으로 적극적인 전환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