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당국과 노조의 반대에도 법인분할을 강행하면서 또다시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산업은행과 노동조합, 인천시 등도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피력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 19일 비공개 장소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글로벌 제품 연구개발을 전담할 신규 법인 설립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지엠은 앞으로 법인등기 등 후속절차를 완료하고 신차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사측은 법인분리가 지난 7월 발표한 경영 정상화 계획의 일환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날 주총은 회사 분할 안건에 반대 의사를 보여온 2대 주주 KDB산업은행이 참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돼 법적 효력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엠 본사가 국내 사업 철수를 쉽게 하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먹튀' 논란 또한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엠은 법인 신설 이유를 "한국지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인 분리 문제는 산업은행과 지난 5월 체결한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기본협약서'에 포함되지 않은데다 산은과 협의 없이 추진돼 사실상 정부와 맺은 협약을 위반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산은의 비토권 행사를 의식해 산은을 배제한 채 주총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은 강력히 반발했다. 산은은 19일 입장자료를 통해 이번 주총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되지 않은 점 ▲산은이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한국지엠이 주총 참석여건 조성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법인분할은 정관상 특별결의사항인 점 등을 들어 '하자있는 주총'이라고 규정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R&D 부문 법인 분리를 결정한 사측에 총력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 15∼16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78.2%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할 경우 노조는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인천시는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법인분리 계획에 반발, 청라 시험주행장 부지를 회수할 방침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1일 페이스북에서 "한국지엠 측에 제공한 주행시험장 부지 회수 등을 법률 검토하도록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인천시는 애초에 GM코리아가 인천의 자동차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정에 매진해줄 것을 기대하며 부지를 제공했다"며 "그런데 현재 법인 분리에 많은 분이 걱정하고 있다. 타당한 걱정이다. 인천시는 법인분리에 대해 GM노조 등 시민사회의 동의가 있지 않다면 부지 회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 서구 청라동에 41만㎡ 규모로 조성된 한국지엠 주행시험장은 인천시가 2004년 당시 GM대우에 빌려준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