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D램 시장 2분기 업체별 매출 및 점유율./D램익스체인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놓고 장기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조사업체와 외국 증권사의 '불황' 전망에 대해 국내 증권사와 반도체 업계가 '일시 조정' 의견을 내놓으면서 맞서는 상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시황 보고서에서 내년 D램 가격이 올해보다 15∼20% 하락하고 낸드플래시는 25∼30%나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D램의 경우 올 3분기에 연말 성수기를 맞이했음에도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 가격이 전분기 대비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며 4분기에는 5% 이상 하락하고 내년에는 낙폭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보고서는 "D램 시장은 올 3분기까지 9분기 연속 이어진 가격상승의 슈퍼 사이클이 끝날 것"이라면서 "서버용과 스마트폰용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가격 하락 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외국 증권사도 이런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8월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반도체주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고 골드만삭스도 9월 보고서에서 반도체주 투자의견을 '매력적'에서 '중립적'으로 하향했다. D램 익스체인지는 지난달 26일 보고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내년에 두자릿수 하락세를 나타내며 2년 넘게 이어진 초호황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우선 '반도체 고점론'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등장했지만 아직 호황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내년에도 D램의 수요 증가 가능성이 높은 데다 공급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와 SK하이닉스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매우 높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제품 공급 조절을 통해 시장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경쟁업체가 만들기 어려운 제품의 공급량을 조절하면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가격급락을 막고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불황이 아니라 단지 초호황에서 호황 정도로 주춤하는 것이라는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당분간 가격 조정이 있더라도 과거와 같은 불황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4차 산업혁명 부문에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같은 분야가 메모리 반도체의 새로운 수요처가 되고 있으며 가격은 다소 낮아져도 기본 수요가 받쳐주기 때문에 전체 시장 매출 규모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추격해오는 중국반도체 업체가 공급증가를 통해 가격급락을 유발할 것이란 예상에도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2025년까지 반도체 산업에 약 170조원을 투자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과 3~4년 이상의 기술력 차이가 있으며, 따라잡는데 10년은 걸릴 것이라 예상한다. 따라서 당장 2019년 상반기에 양산될 중국 반도체는 상품성에서 한국 제품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고점 논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벌써 1년째 이어지고 있다"면서 "내년에 잠시 주춤할 가능성이 있지만 2020년에는 다시 초호황 국면으로 재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