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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일반

[비정상 한국경제, 아노말리 증후군] <12> 가상화폐 열풍

/유토이미지



시장의 이상 현상을 의미하는 '아노말리'는 합리적인 시장에서 나타나기 힘든 비이성적 행태를 지칭한다. 아노말리는 때론 사회적·경제적 병폐를 낳는다. 최근 폭등과 폭락을 반복한 가상화폐(암호화폐)가 대표적이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경제적 논리와 동떨어져 나타나는 현상을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도 부른다.

◆ '21세기판 튤립'을 꿈꾸는 투기꾼들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17세기 네덜란드, 귀족과 신흥 부자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 '황제튤립'이라고 불리는 희귀 튤립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튤립 가격은 1개월 만에 50배나 급등했다. 1624년에는 황제튤립 한 뿌리값이 암스테르담의 집 한 채 값과 맞먹을 정도로 올랐다.

튤립 가격이 계속 오르자 상업적으로 튤립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계절에 상관없이 거래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연중거래, 선물거래 제도가 도입됐다. 1636년쯤에는 이중삼중의 문서거래까지 이뤄졌다. 실수요보다는 가격 상승을 노린 투기 수요가 대다수였다,

결국 1637년 2월 공황이 발생해 튤립 가격은 폭락했다. 최고치 대비 수 천 분의 1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투기 목적으로 튤립 재배에 혈안이던 사람들은 채권자인 동시에 채무자가 됐고 파산자가 속출했다. 이때 네덜란드 정부가 개입해 거래액의 5~10%만 지불하는 것으로 수습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광풍이 불었던 가상화폐는 이같은 튤립 버블을 떠올리게 한다. 짧은 시간 동안 가격이 크게 오르고, 실수요보다는 가격 상승을 노린 투기 수요가 많은 점 등이 닮았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을 언급,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이와 마찬가지임을 주장하며 "돈독이 오른 사람들이 빠져드는 '바다이야기' 같은 도박판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1년 동안 천문학적 규모로 오르면서 "거품의 영역(bubble territory)"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상화폐에 끼어있는 거품이 금융시장의 버블 뿐만 아니라 1634~1637년 네덜란드 튤립 버블마저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 손 놓은 정부

지난해 9월 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가상화폐 현황 및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행위나 해킹대금으로 가상통화를 주고받는 불법행위의 감독을 강화하는 등 규제에 나섰다. 이후 거래실명제를 통한 실명확인 신규계좌 발급, 외국인 및 미성년자 거래 금지 등 법적 제재도 가했다.

정부 규제에 불확실성이 강해진 데다 '김치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가상화폐 시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지난해 12월 중 2000만원을 돌파했다가 6월 중 600만원대로 급락하는 등 널뛰기를 반복했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여전히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은 7300달러를 돌파해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리플 가격은 올 상반기에만 4000%나 치솟았다.

그 사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는 열심히 배를 불렸다. 상반기 실적이 급감하긴 했지만 여전히 수 백 억원에서 1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빗썸 운영사인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93억4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3030억6000만원, 영업이익은 2186억3000만원이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순이익은 193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관련 긴급대책' 이후 손을 놓고 있다. 국회에는 총 5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 없이 계류 중이다.

◆ "가치 높아질 것"

하루에도 몇 번씩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상화폐 가격 때문에 가상화폐의 가치 자체에 의문을 갖는 비관론자도 늘어나고 있다. 투자, 투기를 넘어서 사기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는 이미 세계적 현상이다. 가상화폐는 이미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는 금지됐지만 코인을 발행해 공개하는 코인공개상장(ICO)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가상화폐를 법적 화폐로 인정하기는 힘들어도 투자 상품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미 세계 각국은 가상화폐가 가져올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러시아는 '크립토루블(cryptoruble)', 스웨덴은 '에크로나(ekrona)' 등 국가 공인 가상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상화폐는 블록체인과 제대로 결합할 경우 거래 수단 이상의 가치를 담을 수 있다고 본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래나 결제 외에 계약서, 전자투표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할 수 있는 확장성을 지닌다. 비트코인에 블록체인 플랫폼 기능을 더한 것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투기에서 투자로' 보고서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계약이나 목적이 세분화된 다양한 가상화폐의 사용이 증가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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