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오른쪽)과 자오용 딥글린트 CEO가 지난 6월 13일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8'에서 현대차와 딥글린트간의 기술 협력 파트너십에 대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정몽구 그룹 회장의 다음 자리로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직에 오르면서 현대차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다. 빠르게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하고 그룹 경영과 업무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3세 경영 시대가 시작됨에 따라 현대차그룹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먹거리 발굴 찾아 '현장속으로'
정 부회장은 경쟁력 확보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활발한 대외활동을 지속하며 현장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 악화를 돌파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 참가해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자 업계는 물론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전시관을 돌며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최신 기술 동향을 눈여겨보고, 임직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또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서의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네트워크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다섯 차례 중국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사 카드도 꺼내들었다. 현대차그룹은 7월 말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법인장을 모두 교체한 데 이어 최근에는 그룹에 '중국상품담당'이라는 새 조직을 만들고 현대차 소속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 부회장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정 부회장은 또 자율주행·커넥티비티·모빌리티·수소차·전기차 등 자동차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해외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에만 미국·이스라엘·호주·중국·인도·싱가포르 등 11개의 해외 기술 기업에 투자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인사는 글로벌 통상 악화, 주요 시장의 경쟁 구도 변화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따른 것"이라며 "통합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몽구 회장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위한 일환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남은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
정 부회장이 그룹 수석부회장에 올랐지만 안정적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을 해결해야 한다.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정점에 두면서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으나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의 공격과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 의견이 잇따르자 스스로 주주총회를 취소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시장과 주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개편안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지만 아직 시기나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공격으로 작업이 중단된 이후 한동안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연말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그룹의 미래 사업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하반기 내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 상반기 추진했던 구조개편과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대주주의 지분 희석이 커지더라도 시장이 수용 가능한 분할 합병비율과 사업 시너지를 고려한 분할 합병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