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진행 중인 상장사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주가 상승을 제한했던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이 해소되면서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돼서다.
3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들어 30일까지 외국인은 우리은행(1040억원), 엔씨소프트(921억원), SK텔레콤(491억원) 등 지주사 설립 등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종목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3341억원)와 삼성전기(1366억원)를 대거 순매수했다. 또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한 NAVER(3249억원) 역시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으로 매수금액이 많았던 종목은 LG이노텍(1362억원)이다. LG그룹이 새로운 총수 체제를 확립할 때마다 '가업은 장남이 물려 받고, 승계가 시작되면 선대 형제들은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전통에 따라 LG이노텍이 LG그룹 계열에서 분리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구본준 부회장은 향후 LG이노텍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주식매수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는 구 부회장 소유의 LG 지분 7.72%(약 1조 원)를 활용해 LG이노텍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현재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지주사 설립은 포괄적 주식이전 방식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이는 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를 새로 만들어지는 지주회사로 온전히 이전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우리은행 주식을 갖고 있으면 향후 새로 설립되는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교부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증권과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수익성이 높은 다양한 업종에 진출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주식의 가치는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김 대표가 11.98%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지만 2대 주주인 국민연금(11.27%)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1년 간 최대주주가 5번이나 바뀌는 등 경영권 불안이 투자 리스크로 꼽혀왔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 미국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처럼 지주사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주사 설립을 통해 인수합병(M&A)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7일 실적관련 컨퍼런스콜에서 지배구조개편 계획을 밝힌 SK텔레콤에도 외국인의 순매수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은 다소 주춤했지만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성장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다양한 ICT(정보통신기술) 계열사가 경쟁력을 발현할 수 있게 중간지주사를 포함한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외 기아차(658억원), 현대모비스(404억원) 등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는 기업들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꾸준하다. 삼성그룹의 지주사격인 삼성물산(435억원) 역시 외국인이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인한 상장사들의 기배구조 개선효과는 지주회사에서 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으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하게 되면서 지주회사 기업가치는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