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탓에 국내 증시는 8월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역분쟁에 대한 불안감이 증시에 선반영됨에 따라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국내 주요 증권사가 제시한 8월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밴드)는 2250~2500 수준이었다. 하단은 2250∼2300으로 큰 차이가 없었고, 상단 전망치는 2360∼2500로 다소 차이가 컸다.
이 중 삼성증권과 KB증권이 8월 전망치를 낮게 봤다. 8월에도 미국의 추가 관세부과 이벤트가 남아있고, 내수 경기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우선 미국은 중국 수입품에 대한 500억달러 관세부과 중 2차 관세 부과분인 160억달러가 7월 말~8월 초에 시행될 예정이다. 또 8월 중에는 추가 2000억달러에 대한 대중 관세부과가 논의되며, 8월 말~9월 초에 실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미국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전쟁을 완화하는 협상에 착수하기로 약속했다. 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상품들의 교역에서 관세·비관세·보조금 장벽의 폐지를 협의하고, 서비스·화학·의약품·대두 등에서 미국과 EU의 교역량을 늘리기로 약속한 것. 이로써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마지막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협상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 NAFTA가 공정하지 않다며 자동차 부문의 대대적인 변화와 일몰제(5년마다 체제를 개편)를 주장하고 있다. 재협상 실패시 NAFTA를 탈퇴하겠다는 강수를 둔 상황이다.
국내 경제성장률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0.7%로 올해 1분기 1.0%보다 쪼그라들었다. 유가 상승에 따라 교역 조건이 악화되면서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상장사의 3, 4분기 실적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7월 한 달간 나타난 실적 전망치 변화를 분기별로 나눠보면 2분기보다 3~4분기가 더 크게 하향됐다"면서 "미·중 무역갈등 우려를 반영한 실적 전망 하향이 아직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고, 3~4분기 순이익 전망 하향이 더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적 전망 대비 저가매력'이라는 밸류에이션 메리트(장점)가 이번 8월에는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현재 경제상황은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진입했던 2013~2015년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2013년~2015년의 특징 중 하나는 미국의 경기확장 속도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한국을 넘어섰다는 점"이라며 "미국 경기확장의 낙수효과가 축소되면서 한국의 저성장 고착화 우려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미국경기 선행지수는 2018년 이후 확장국면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2월 이후 위축 국면에서 하락하고 있다. 2018년 미국과 한국의 GDP 성장률은 각각 2.9%, 2.9%다.
키움증권, 케이프투자증권은 8월 증시상황을 긍정적으로 봤다. 무역전쟁 우려가 이미 증시에 반영됐거나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무역대표부가 발표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제품 대부분은 중간재로 무역분쟁 격화 시 미국 기업들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 실적에 부정적"이라며 "결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되기 보다는 협상을 통한 원만한 해결 가능성이 점차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8월 코스피지수는 2230~2450에서 변동할 것으로 보고, 코스닥 역시 투자심리 개선에 따라 반등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달러화 강세가 진정되고 있는 것도 호재다. 6월들어 96포인트에 근접했던 달러인덱스는 7월 하순 들어 하락 전환하며 94포인트 수준에 머물고 있다. 1200원 선을 걱정하던 원·달러 환율도 다시 1100원 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악재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지만 현실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6∼7월에 증시 급락의 요인이 된 달러화 강세도 멈춰 지수가 추가로 하락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