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훈 삼성증권 대표 제재안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 대표의 업무정지 처분은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취임한 지 보름도 안 돼 발생한 배당사고일뿐더러 빠른 사후조치가 이뤄진 점 등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삼성증권에 대한 과태로 심의가 진행됐다. 실무자들만 참석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구 대표는 직접 출석해 회사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에 구 대표는 "회사 문제에 대해 책임있게 직접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대표가 출석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했다"며 출석 이유를 밝혔다.
이날 증선위는 삼성증권에 1억4400만원의 과태료를 확정했고, 기관 업무정지와 임직원 제재는 향후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같은 구 대표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있다. 지난 4월 6일 배당사고 후 삼성증권의 공식사과 발표와 피해투자자 보상안 발표, 혁신 사무국설치와 투자자보호제도 신설 등을 숨가쁘게 진두지휘해 금융사고 사후처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구대표의 경우 지난번 배당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며 "취임한지 불과 12일밖에 안 된 상황이라 배당업무는 커녕 주요 경영현황에 대한 파악도 힘들었을텐데 대표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제재는 너무 높다는 업계의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남은 금융위 절차와 관련해 구 대표의 제재수위 변화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큰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구성훈 대표와 같은 사례를 두고 기대가능성 판단기준에 따라 면밀히 심사할 경우 중징계가 힘들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기대가능성 판단기준이란 행위자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행위자에게 그 범죄 행위 이외의 다른 적법한 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런 기준에 따를 경우 이번 사건 당시 누가 최고경영자(CEO)가 됐더라도 불과 12일 안에 다른 예방활동을 했을 가능성이 없었다는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이런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 매번 대표 등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경우 적극적인 사고수습보다 은폐에 집중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핀테크(finance+tech)시대에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전산사고를 매번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시각이다.
증권사 내 정보기술(IT)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실패의 무덤이 쌓여 만들어진 곳'이라 부를만큼 실패의 자산화는 중요한 경쟁요소"라며 "한국의 경우 누가 실패했는지에만 집중해 경영진까지 책임을 묻다 보니 실패가 자산화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경영진도 IT 혁신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