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명동 본점 그루밍존에서 남성 고객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올리브영
男 외모관리도 '스펙'…맨즈 뷰티 시장 확대
기초 넘어 색조까지…화장품 성역 사라져
제품군 다양화·男 뷰티 유튜버 등장으로 진입장벽↓
남성들의 외모 관리가 하나의 스펙으로 자리잡으면서 '맨즈 뷰티'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뷰티 업계는 남성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남성을 위한 '옴므' 라인을 강화하는 한편, 화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아이템을 출시하며 남심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전년 대비 4.1% 성장한 1조2808억원 규모다. 오는 2020년에는 1조4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루밍족'(외모 관리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남성)을 넘어 '그루답터'가 대세로 떠올랐다.
'그루답터'(groo-daptor)는 '그루밍'(grooming)과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의 합성어로, 그루밍족에서 한 단계 진화한 남성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화장품, 패션 등에 관심이 많고, 신제품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남성들을 의미한다.
스킨, 로션, 클렌징 등으로 단순히 피부 관리를 하던 것을 넘어, 색조와 제모, 문신 등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크게 증가한 것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뷰티 업계는 남성 라인을 따로 론칭하고, 아이템을 세분화하며 남성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고 있다. 그 예로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우, 남성의 피부 타입과 연령대별로 분류한 6개 라인을 선보이고 있으며, 키엘과 시세이도 프로페셔널은 각각 '그루밍 솔루션즈'와 '더 그루밍'으로 헤어 관리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H&B스토어의 남성 전용 제품군도 크게 늘었다. 올리브영은 현재 740여 개의 남성 뷰티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랄라블라의 경우 2016년 121종이었던 남성 전용 제품이 지난해 222종으로 늘어났다.
신규 브랜드 론칭도 활발하다. LF는 오는 9월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스킨케어'를 새롭게 선보인다. SNP화장품의 '엠솔릭', 일본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 '벌크옴므' 등도 국내 '맨즈 뷰티'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이오페 '맨 올데이 퍼펙트 톤업 올인원' 기획세트/아모레퍼시픽
화장하는 남성들이 늘어났지만, 화장을 여전히 낯선 영역으로 여기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이런 남성들을 위한 제품들도 눈에 띈다.
'올인원'(All-In-One) 화장품이 꾸준히 인기를 얻는 이유다. 스킨, 로션, 에센스 등 기초 화장품을 하나로 합친 '올인원' 화장품은 화장이 어렵고, 귀찮은 남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군이다. H&B 스토어 롭스의 경우, 남성용 올인원 제품의 올해 1~5월 매출은 34% 증가했다.
색조에서도 '올인원'이 대세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014년 내놓은 남성 전용 아이오페 맨 에어쿠션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확대되면서 주목 받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쿠션 팩트가 남성들의 화장대까지 침범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화장이 하나의 스펙이 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화장하는 남성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달라진 것이 한몫 했다.
방송인 김기수 등 남성 뷰티 유튜버들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립밤, 립스틱, 섀도우 등 색조 영역까지 과감히 손을 뻗치는 남성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뷰티업계는 남녀 구분 없는 화장품을 선보이며 '젠더리스'(genderless)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남성들의 화장품 구매액도 나날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현대백화점이 조사한 남성 화장품 객단가(1인당 구매액)에 따르면 2015년 7만8000원에서 지난해 8만5000원으로 증가했다. 올리브영의 경우 남성 카테고리 매출 신장률이 최근 3년간 연평균 40%를 기록했다.
비단 화장품뿐만이 아니다. 제모 등 몸 관리에 열을 올리는 남성들도 늘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올리브영은 지난해 9월 남성 청결제, 보정 속옷 등 제품을 입점시켰고, 남성용 눈썹칼과 다리숱정리기 등 제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미용시술 분야에서도 남녀 구분은 점차 무의미해지는 추세다. 눈썹 화장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증가하면서 아이브로우 관련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눈썹 왁싱을 받거나 문신을 하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 고객들이 과거에는 추천해주는 제품을 샀다면, 최근에는 직접 제품을 알아보고 관련 질문을 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변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