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관섭 신교통혁신연구소장이 하이퍼튜브 실험 차량을 가리키고 있다. /박찬길 기자
"미국의 '버진 하이퍼루프 원'이 하이퍼루프 세계 시장 수요를 알아봤습니다. 당시 100여 국가 2600개 노선이 조사됐는데, 이는 2경4000조원의 시장규모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관섭 신교통혁신연구소장은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하이퍼튜브'가 해외 사업보다 빠르게 개발을 시작해 기술 수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퍼튜브'는 2013년 미국의 사업가 엘론 머스크가 제안한 미래형 운송수단 '하이퍼루프'의 한국형 사업이다. 아진공 상태의 관에 시속 약 1200㎞로 캡슐형태의 열차를 보내는 개념의 운송수단이다. 아진공은 진공에 가까운 상태를 뜻한다.
일반 교통수단은 속도를 높이 낼수록 공기 저항을 받는다. 전력도 많이 소모되고 속력도 그만큼 나오지 않는다. 시속 200㎞로 주행하는 열차는 시속 100㎞로 주행하는 열차가 받는 공기저항의 4배를 받는다. 주행을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는 8배 많이 소모된다.
반면 진공에 가까운 상태라면 공기 저항도 없고 전력 소모도 적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송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관섭 소장은 향후 '하이퍼튜브'를 사용하는데 드는 교통 비용이 현재의 저가항공사 가격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반 고속열차는 열차풍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절한 간격을 둬야 한다.
반면 '하이퍼튜브'는 튜브의 공간만을 차지하면 되기 때문에 터널을 크게 뚫을 필요가 없다. 또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 400㎞를 주행하는데 출발점 10㎞만 가속해주면 된다.
철도연에서 '하이퍼튜브'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연구소 선행연구로 기술개발이 시작됐다. 2015년 자기부상 상태에서 30t 열차를 시속 550㎞로 보내는 기술이 확보됐다. 2016년부터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대형장기과제로 선정됐다. 2024년까지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 철도연은 '하이퍼튜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본 기술을 2020년까지 확보하고 2024년 시험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후 20㎞ 규모 시범노선을 만들어 2030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소장은 "국가 연구개발(R&D)사업 지원 등으로 예산만 계획대로 집행된다면 예정대로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기술 개발을 시작해 명확한 기술 개발 방향을 가지고 있지만 이 소장은 마음이 급하다고 말한다. '하이퍼튜브'는 현재 국가별로 여러 업체들이 기술 개발에 나섰다.
철로 규격이 같으면 혼용 가능한 기차와 달리 기술 규격에 따라 혼용이 불가능하다. 각자 열차를 부상하고 추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 초기단계다보니 세계 표준을 맞추는 논의도 진행되지 않았다. 기술 개발이 가장 먼저 끝나는 기관 또는 업체의 기술로 규격이 통일될 전망이다.
이관섭 소장은 "철도 시장이 2025년 기준 연 600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하이퍼루프'는 총 2경4000조원의 시장을 30년에 걸쳐 설치한다고 가정해도 철도시장 규모를 넘어선다"며 "'하이퍼루프'는 시속 1200㎞에서 이동할 때 필요한 통신기술과 무인운영방식등 4차산업혁명과 직결된 기술이 필요해 향후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