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초부터 부풀었던 '코스피 3000' 시대의 기대가 무색하게 코스피지수가 9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는 문제가 없지만 최근 불거진 미·중 무역갈등과 강(强)달러 현상이 주가 상승을 억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증권가는 하반기 증시 전망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다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3분기에는 다시 반등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하반기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밴드)를 하향 조정하거나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이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면서 강달러가 지속되는 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불확실해서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증시를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기대'보다는 '관망'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센터장은 "증권사들이 하반기 증시 전망치 수정에 바쁠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통화정책 변화 우려, 한국경제 성장성에 대한 의심 등이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면서 하반기 증시 전망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또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의 경제상황이 좋아야 유로화의 강세가 강달러를 상쇄할 수 있는데 지금은 미국 경기가 독주하면서 달러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또 미중 무역분쟁까지 벌어지면서 증시 시계(視界)가 흐려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유럽·일본·신흥국이 미국과 경제격차가 벌어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미국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국내 경기가 꺾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국내 경제를 이끄는 수출이 전년과 비교해 역성장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변준호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6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수출 증가율은 4~5%로 전년(17%)에 비해 수출 모멘텀이 상당히 약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증시 전망치를 낮추는 등 조정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2400~3100이었던 코스피 예상밴드를 이미 2300~2800으로 낮췄다. 한국투자증권은 2350~2900이던 예상밴드를 2300~2800으로 낮춰잡았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코스피 상단을 2900에서 2800으로 하향 조정했고, 유안타증권도 상단 목표치를 2800에서 2690으로 수정했다.
◆그래도 희망은 "저평가된 국내 증시"
다만 3분기께 코스피가 2800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주가보다 약 18.8% 상승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전망이 나오는 배경은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한 국내 증시다. 현재 2330선에 머물러 있는 코스피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1배가 되지 않는다. PBR이 1배를 밑돈다는 것은 모든 상장사가 사업을 청산할 때 받을 수 있는 가치보다 현재 주가 수준이 더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지호 센터장은 "현재 주가는 기업의 실적을 반영하지 못한 수준으로 낮아져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옥석 고르기'가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 한국의 경제가 수출 경기에 좌우되는 만큼 글로벌 경기 호조세는 한국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장기 30년 평균수준(3.6%)을 크게 상회하는 4.0%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인상 등 불확실성만 해소되면 국내 증시는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회복세 지속, 기업 이익 추정치의 하향 조정세 둔화 등을 이유로 3분기 후반 이후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변준호 센터장은 "상반기에 주가가 많이 빠졌기 때문에 리스크 요인 등의 진행속도가 더뎌지는 3분기 중에는 코스피가 소폭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달러화 약세 반전, 기업 실적 모멘텀 회복을 발판으로 지수가 7월 말∼8월 초에 연중 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