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버터플라이 방식 키보드를 채택한 맥북프로/애플
애플이 2016년형 맥북과 맥북 프로에 탑재한 버터플라이 방식 키보드 고장증세를 겪는 사용자 모두에게 무상 수리에 나서기로 했다. 이 문제를 계기로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애플의 제품 품질관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부터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맥북 등에서 버터플라이 방식 키보드 고장시 무료로 수리해주는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시작한다고 알렸다. 이미 수리를 한 경우에는 수리비를 환불해 준다. 이는 지난달 13일 1만7000여명이 집단소송에 나선 후 나온 공식 반응이다. 미국 소송 참가자들은 애플 버터플라이 키보드가 작은 먼지나 부스러기만 들어가도 키보드가 입력되지 않는다고 알렸다. 여기에 키보드 가운데 스페이스 바에 문제가 생기면 맥북 구조상 다른 키보드와 달리 전체 기판을 뜯어내야 하기에 수리비 700달러가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근래 자주 각 부품의 품질 불량 문제를 겪고 있다. 이번 맥북 키보드 문제는 2016년 맥북 출시 이후부터 일부 사용자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된 사항이다. 단순히 키 입력이 되지 않는 문제부터 시작해 예기치 않게 중복으로 입력되는 현상도 있다. 키가 걸린 느낌이 들고 키를 누를 때마다 반응이 서로 다른 양상도 보고되었다.
일부 전문가는 애플이 제품 두께를 얇게 만들기 위해 기존 펜타그래프 방식을 버리고 채택한 버터플라이 방식 키보드 자체의 기술적 문제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고무재질의 러버돔을 버리고 금속인 스테인레스돔을 채택하면서 키스트로크가 매우 낮아진 나머지 먼지가 끼면 곧바로 고장이 나기 쉽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품질검증이 되지 않은 부품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애플의 이런 결함성 부품 채택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 맥북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모델은 고질적인 화면 코팅 벗겨짐 문제가 발생했다. 화면 부분을 덮은 얇은 저반사코팅이 별다른 자극을 주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벗겨지는 문제였다. 화면 가운데나 가장자리 등 다양한 부위에서 화면이 벗겨지는 문제를 겪은 사람은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코팅 벗겨짐 원인은 화면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액정코팅을 극단적으로 얇게 설계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결국 애플은 문제가 있는 제품을 대상으로 디스플레이 무상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당 부품서비스 보증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아이폰 역시 이런 품질문제에 직면했다. 애플은 작년 12월 구형 아이폰의 성능저하를 일으키는 iOS 업데이트를 실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의혹은 미국 IT 제품 평가 사이트의 긱벤치 조사결과 사실로 밝혀졌다. 이에 애플은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를 가진 아이폰이 갑자기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며 해명했다.
하지만 내장 배터리를 채용하는 대부분 안드로이드폰이 성능 저하 없이도 그런 문제를 방지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폰 내장배터리 품질 자체가 낮은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발생했다. 이후 애플은 잘못을 인정하고 배터리 교체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집단소송이 진행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의 원인으로 현 애플 최고경영자 팀쿡의 부품관리 정책을 꼽고 있다. 스티브 잡스 생존시부터 혁신보다는 '재고 관리의 천재'로 알려진 팀쿡이 애플 제품 전반에 걸쳐 원가절감을 시도하면서 단가가 높은 부품수요를 억제하고 품질검증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다가 겪는 문제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