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동반성장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기홍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반성장은 단순히 형편 좋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반성장을 "기업과 경제의 필수 생존전략이자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초대 노동부 장관을 지내는 등 관련 분야에서 정통한 그가 말하는 동반성장은 '마지 못해서 하는 일'이 아닌 경제주체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정권을 잡은 지 1년이 지난 현 정부도 출범 후 '동반성장'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대신 '공정경제'를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공정경제를 사회부문에 적용하면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가 되고, 경제분야에 대입하면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 불합리한 경제구조가 해결된다.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동반성장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신년사에서 "기업활동을 억압하거나 위축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재벌대기업의 세계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공정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5월 중순 '상생대책'을 발표하면서 "대중소기업이 원가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과를 나누는 성과공유제는 전속거래 비중이 높은 수직적 기업생태계에 적합한 모델"이라면서 "앞으로 성과공유제는 현금이나 물량증대와 같은 현금성으로 공유하는 경우만 인정하되 무늬만 성과공유에 대해선 동반성장평가 우대나 세제혜택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럼 지난 기간 우리 기업들은 동반성장을 얼마나 잘 해 왔을까.
2010년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이듬해인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한 지난 6년간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종합·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동반성장서 '함박웃음'
30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대기업에 대한 동반성장지수가 처음으로 도입돼 평가 결과가 나왔던 2011년(평가년도 기준) 당시 가장 높은 등급이 '우수'였다. 사상 첫 평가에선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현대차, 기아차만이 '우수' 등급을 받았다.
매출액 상위 200대 대기업 가운데 업종별 특성 및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 파급효과 등을 감안해 56곳을 추려 평가한 결과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이후 평가 때마다 가장 높은 '최우수(2012년까진 우수가 가장 높았음)' 등급을 받아 동반성장에 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첫 평가에서 5개사와 함께 '우수'에 포함됐던 포스코는 평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던 일부 자료가 허위였던 사실이 탄로나 이듬해 해당 등급이 취소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포스코는 또 우수 등급 이상에게 주어졌던 2011년, 2012년도 인센티브 역시 반납해야했다.
2012년 평가에선 전년도 우수를 받았던 현대차, 기아차, 삼성디스플레이가 한 계단 하락해 '양호'를 받았다.
대신 '우수'는 삼성전자, 삼성전기가 자리를 지킨 가운데 삼성SDS,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SK텔레콤, SK종합화학, SK C&C가 새롭게 포함됐다.
평가대상 기업이 73곳으로 늘어나면서 우수 등급도 9곳으로 늘어났고, 그룹 수도 더욱 다양해졌다. 전년도에 등급이 취소됐던 포스코는 2012년 다시 '우수'를 받으면서 불명예를 회복했다.
2013년엔 평가대상이 100대 기업으로 늘었다.
평가등급도 우수-양호-보통-개선에서 최우수-우수-양호-보통으로 바뀌었다. 동반성장지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기 위해서다.
2013년엔 기아차,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전자, 코웨이, 포스코,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차, 현대제철, SK종합화학, SK텔레콤 등 12곳이 '최우수'를 받았다. 코웨이는 중견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최고 등급에 가장 먼저 안착했다. 이후 코웨이는 2016년까지 내리 4년 연속으로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SK종합화학도 2012년 당시 우수 등급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뒤 2016년까지 가장 높은 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평가 대상 기업이 2014년 112개, 2015년 133개, 2016년 155개로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 기간 최우수도 19곳, 25곳, 25곳 등으로 각각 증가했다. 다만 2016년의 경우 기존 4개 등급에서 '미흡'을 추가하고 5개 등급으로 나뉘면서 최고 등급을 받은 기업 숫자는 전년과 변함이 없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2012년 평가만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현대미포조선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수위 등급을 받기도 했다.
KT,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전자, SK텔레콤, SK종합화학 등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으로 '최우수'에 이름을 올렸다.
◆유통기업, 외국계등 상당수 사실상 '낙제 수준'
동반성장지수가 발표되면서 울상을 지은 기업도 부지기수다.
특히 이명박 정권 당시 동반위가 출범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동반성장지수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대기업들의 반발은 상당히 거셌다.
동반성장을 기업 자율에 맡길 일이지 제도로 해결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기업들 실명을 발표하는 동반성장지수 평가가 기업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동반성장지수가 초기 2년간 가장 낮은 등급의 명칭을 '개선'으로 한 것도 기업들의 이같은 반발을 의식해서다.
그러다 이후 3년간은 가장 낮은 등급 조차도 '보통'으로 부르면서 잘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6년에 5단계로 등급을 나누면서 '보통' 아래 단계에 '미흡'을 둔 것도 이때문이다.
지난 6년간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기업들을 살펴보면 유통, 건설, 식품, 외국계 기업이 주로 포함됐다.
2011년엔 동부건설,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홈플러스, 효성, LG유플러스, STX조선해양이, 2012년에는 롯데백화점, 코오롱글로벌, 현대홈쇼핑,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CJ오쇼핑, KCC, LS산전, STX중공업이 가장 낮은 등급인 '개선'을 받았다. 홈플러스는 2013년에도 가장 낮은 '보통'으로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4년에 한 계단 올랐던 홈플러스는 이듬해 다시 최하위 등급으로 미끄러졌다.
2013년 당시엔 농협유통, 대상, 동원F&B, 오뚜기, 한국미니스톱, 홈플러스, BGF리테일 등 주로 유통사 및 식품회사들이 가장 낮은 평가 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농협유통, 동원F&B, 오뚜기, 한국미니스톱은 이듬해에도 최하위 등급에 머물렀다. 이랜드 계열인 이랜드월드, 이랜드리테일도 2013년과 2014년에 가장 낮은 '보통'을 받았다.
2015년 평가에선 금호석유화학, 대우조선해양, 부영주택, 삼립식품, 삼양사, 서울반도체, 오리온, 한국야쿠르트, 하이트진로 등 '보통'을 받은 기업들이 더욱 다양해졌다. 평가 대상기업도 2013년 당시 100곳에서 133곳으로 크게 늘어난 결과다.
'미흡'이 처음 등장한 2016년의 경우엔 10개사 중에서 볼보그룹코리아, 코스트코코리아, 타타대우상용차, 한국바스프 등 주로 외국계가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다스다.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의심을 받고 있는 회사다.
2015년부터 동반성장지수 평가를 받기 시작한 다스는 첫 해에 가장 낮은 '보통'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전 대통령 자신이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위해 재임시절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든 것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결과다. 다스는 이듬해인 2016년엔 가장 낮은 '미흡'이 생기면서 이보다 한 단계 높은 '보통'에 포함됐다.
◆동반성장지수 어떻게 평가하나
동반성장지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행하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100점)와 1·2차 하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기업 동반성장 체감도 조사'(100점)를 합산해 평가한다.
이행평가의 경우 하도급 계약이 공정한지, 법 준수 노력이나 예방 노력이 있었는지, 금융 등 상생협력 지원을 얼마나 했는지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다. 중소기업들로부터 설문 등을 통해 진행하는 체감도 조사엔 부당감액, 기술탈취 등 거래관계, 자금·연구개발 등 협력관계, 인식 및 비전공유 등 운영체계에 대해 하청기업들이 정성적 평가를 하는 방식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가·감점 구조인 체감도 평가 방식을 일부 변경하기 위해 현재 외부 연구기관에 용역을 의뢰한 상태"라면서 "상생협력 부분에 대기업 실적 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적용해야할지 등에 관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동반성장지수에 대한 평가 결과는 오는 6월 말에 나올 예정이다. 여기엔 185개 대기업이 평가대상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