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의 자금을 끌어 모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코스닥벤처펀드가 사모펀드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산가 위주의 사모펀드가 활발해지면 코스닥 벤처펀드의 도입 취지가 퇴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산편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공모펀드 활성화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26일까지 코스닥벤처펀드로 모인 자금은 1조 9469억원으로 2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3%인 1조 4232억원이 사모펀드에 쏠렸다.
펀드 수 역시 사모펀드가 압도적이다. 현재 설정된 106개의 펀드 중 93%(99개)가 사모펀드다. 공모형 펀드는 KT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출시한 7개가 유일한데 이 중 KTB자산운용을 비롯해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펀드 모두 소프트 클로징(신규 추가 가입 중단)을 한 상태라 일반투자자의 투자가 제한된 상태다.
반면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 규모가 1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자산가 위주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경우 최소 가입 규모가 10억원이다. 디에스자산운용 역시 5억원이 최소 가입금액이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인기몰이 비결은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실제 지난 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종목들의 공모가 대비 상장 직후 30일 평균 수익률은 22%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카카오게임즈, 툴젠 등 굵직한 벤처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흥행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형을 통한 공모주 투자는 이전부터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였다"면서 "코스닥벤처펀드를 통해 공모주를 보다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자산가들 사이에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사모펀드에 비해 공모펀드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자산 편입 규제 때문이었다. 공모펀드가 메자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편입하려면 메자닌 발행기업이 2개 이상 신용평가사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비용 등의 이유로 등급을 받은 벤처기업의 채권은 많지 않다.
때문에 펀드자산의 15% 이상을 벤처기업 신주 또는 무담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물량을 담아야 하는 코스닥벤처 펀드는 규모가 커질 수록 운용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1000억원 규모의 펀드라면 150억원어치 이상의 채권을 사들여야 하는데 등급이 있는 채권이 시장엔 많지 않아서다.
이에 금융당국은 적격기관투자자(QIB)에 등록된 CB, BW 등 채권에 대해선 신용등급 평가 없이도 공모펀드 편입을 허용키로 했다. 이를 통해 사모펀드와 공모펀드의 균형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공모펀드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 "자산운용사들은 공모형 펀드 출시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도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