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등장과 함께 유망 투자처로 주목받았던 '사회책임투자'(SRI)가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코스닥 활성화에 몰두하면서 사회책임투자는 뒤로 밀린 양상이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상장된 ESG 상장지수펀드(ETF)는 6개다. ESG ETF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평가결과를 기반으로 비재무적인 요인을 고려해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의 한 종류다.
6개 상품 모두 문 정부 출범 이후 SRI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출시됐다. 지난 해 8월 한화자산운용이 가장 먼저 ESG평가를 높게 받은 기업에 투자하는 '한화ARIRANGESG우수기업 ETF'를 상장했고 뒤이어 하이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ESG ETF 관련 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최근 한 달동안 6개 ETF에서 총 33억7377만원의 돈이 순유출 됐다. 그나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네셔널(MSCI) KOREA ESG' ETF 2종에 5억 563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체면치레했다.
올해 성과도 미미하다. 6개 ETF의 최근 한 달(16일 오전 기준)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1.80%다. 해당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1.56%)보다 낮다. 일반적으로 ESG 등급을 높게 평가받는 기업들은 자본력과 사업적 기반이 튼튼한 대기업일 수밖에 없는데 대형주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이들의 수익률도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정책에서도 '사회책임투자'라는 화두는 '코스닥활성화'에 밀린지 오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KRX300지수, 스케일업(scale-up)펀드(혁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으면서도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코스닥벤처펀드 등을 조성해 적극적으로 코스닥 시장 활력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코스닥지수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사회책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은 전무하다. 심지어 지난 해 SRI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 국민연금도 여전히 SRI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당초 국민연금이 SRI 비중을 늘리면 그 규모가 150조원으로 커져 관련 상품으로 자금유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발표한 책임투자 활성화 계획을 보면 SRI 규모가 가파르게 늘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규모를 향후 1~2년에는 위탁운용 자산의 20%, 향후 5년 이후 3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비중이 30%로 확대되는 것은 2023년부터고, 더군다나 모든 자산군이 아니라 '위탁운용' 한정이다. SRI 시장 확대를 위해서 국민연금만 바라보고 있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적극 권장하고, 지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펀드를 조성했는데 자금이 기대만큼 들어오지 않아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사회책임투자가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많은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