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노사가 노사확약서를 산업은행이 정한 데드라인을 넘기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갈 공산이 커졌다. 여기에 뒤늦게 제출한 노사확약서에는 당초 채권단이 제시한 내용과 달라 이를 수락할 지도 미지수다.
10일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노사가 9일 자정을 넘겨 인적 구조조정보다는 임금삭감과 무급휴직을 늘려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제시한 '고정비 40%' 삭감을 맞추기로 했다"면서 "이날 오전 9시 비상대책위원회, 10시 전조합원 설명회를 거쳐 노사확약서를 산은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STX조선 노사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요구한 자구계획안 제출 시한인 9일 자정을 넘겨 10일 새벽에야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양측은 희망퇴직과 아웃소싱 등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 무급휴직·임금삭감·상여금 삭감을 통해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생산직 인건비 75% 절감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고정비 절감에 나서기로 일단 의견접근을 이뤘다.
산업은행은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시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원칙대로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산업은행은 STX조선이 자구계획서와 노사확약서를 제출하면 세부내용과 이행 가능성 여부 등을 점검해 STX조선 처리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STX조선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파급효과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일단 노사확약서를 제출한 이후 산은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그에 따른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 중소 조선사뿐 아니라 대형 조선사들까지 좌불안석 상황이다.
채권단과 정부가 성동조선해양에 이어 STX조선까지 법정관리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더는 부실 조선사 연명을 위한 지원에 나서지 않고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한 지속가능성과 회상 의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메시지를 업계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 지금까지 대우조선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까지 '빅3'는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등 11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률은 100.5%, 71.1%, 대우조선 47.4% 수준이다.
지금까지 약 5조8000억원을 지원받은 대우조선해양도 더욱 철저한 자구안 이행에 대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12월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나란히 1조원이 넘는 유상 증가에 성공했지만 아직 '자구 계획 성공'이나 '회생'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사가 유동성 위기가 아닌 2018년 금융권 차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미리 증자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자금난 우려 때문에 증자를 진행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영업손실이 5242억원으로 2016년보다 256%나 늘었고, 현대중공업 작년 영업이익은 1년 새 96%나 급감한 146억원에 그쳤다.
대우조선의 경우 작년 영업이익 7330억원, 당기 순이익 6457억원을 거둬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