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와 주주 환원 등에 대한 추가 조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3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집 합병에 반대했던 사태 처럼 전면전으로 확산할 개연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엘리엇은 주요 계열사의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주가를 끌어 올린뒤 엑시트(Exit·자금회수)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 1% 엘리엇, '판 흔들기엔 역부족'
엘리엇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 3인방(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지분을 10억달러(약 1조56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시가총액 기준으로 나눠 환산하면 지분율은 1.43%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중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이 가장 높다고 봐도 공시 대상이 아닐 정도로 미미한 지분율이다. 지배구조의 판을 흔들 수 있을 만한 지분이 아니다.
과거 '참패'를 겪었던 삼성물산에서의 학습효과도 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이 추진하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불합리하다며 반대의사를 적극 표명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지분 10%를 가진 국민연금 등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 해당 합병안은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당시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7.12%에 달했음에도 표대결에서 밀렸다.
블룸버그 역시 엘리엇의 보도자료에 대해 "한국 재벌의 복잡한 지분 구조를 감안할 때 엘리엇이 강력한 압력을 통해 요구를 관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안에 문제 삼거나 계획을 무산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엘리엇의 지분율을 보면 삼성물산과 같이 전면전을 벌이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면서 "가급적 외국인 우호세력을 더 많이 만들어 배당확대 등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주가 올리고 자금회수?
이번 엘리엇의 등판은 주요 계열사의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강하게 요구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지 않고 각 계열사별 주주친화정책을 구체화하라는 요구를 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을 때의 실익보다 계열사의 주주친화정책이 이뤄졌을 때의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엘리엇은 2016년에도 삼성전자 지분 0.6%를 확보한 뒤 지주회사 전환과 나스닥 상장, 30조원 특별 배당을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이러한 엘리엇의 주주제안(2016년 10월 6일) 이후 삼성전자의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주가는 두 달 동안 4.8%, 1년 동안 51.6% 상승한 바 있다.
엘리엇의 발표가 있었던 지난 4일 외국인은 현대차 3인방 주식을 총 628억원어치 사들였다. 순매수 상위 6개 종목 중 3개가 현대차 3인방이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강한 정책을 현대차그룹에 요구함으로써 주가 상승 효과를 노리고 있을 수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에서 만족스러운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가 상승을 틈타 자금회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대로 획기적인 주주환원책이 나올 경우 지분을 계속 보유하면서 수익률을 누릴 수 있어 엘리엇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