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이번엔 현대자동차그룹을 상대로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냈던 엘리엇은 이번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합병에도 개입할 것이 예상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28일 지배구조 개편 추진 과정을 공개한 것과 관려해 엘리엇은 "회사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으며, 현대차그룹은 "주주소통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투자자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단순한 구조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개편이 완료되면 현대차그룹의 구조는 '정몽구 회장 부자(父子)→현대모비스→현대차 등 각사'로 단순화된다.
이에 대해 엘리엇은 기업과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영진이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별 기업경영구조 개선, 자본관리 최적화, 주주환원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로드맵을 공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엘리엇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 보통주를 미화 10억 달러(1조5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스스로 현대차그룹 지분 총액이 1조원 정도라고 소개했지만, 각사별 구체적 지분율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의 시가총액(3일 종가 기준)은 현재 73조5000억원(현대차 34조8000억+기아차 13조2000억원+현대모비스 25조5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엘리엇이 1조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3사에 대한 지분율은 1.36%에 불과하다. 각 사에 대한 지분율도 당연히 5%를 넘지 않기 때문에 공시 대상이 아니고, 정확한 지분율은 예탁원에서나 파악이 가능한 상태다. 다만 다른 외국계 투자자들이 동조할 경우 지배구조 개선의 첫걸음인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이 그룹 기대와 달리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이 48%에 달하는 상황에서 다른 외국계 투자자들이 동조할 경우 지배구조 개선의 첫걸음인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이 그룹 기대와 달리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개편안을 발표한 뒤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접촉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여의도에서 주요 기관투자자와 증권업계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이번 개편안의 주요 내용과 취지 등을 설명한 현대차그룹은 이번주부터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의 타당성을 외국인 투자자들에 설명하기 위해 해외 IR(기업설명회)를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미 지난 2일 시작된 미국 지역 IR는 이날 끝나고, 바로 유럽(9~11일)과 아시아(9~12일) 지역에서도 관련 IR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이번 분할과 합병으로 현대모비스는 첨단기술과 프로젝트를 선도하는 그룹 '지배기업'으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현대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로부터 받은 모듈·AS사업으로 공유차 사업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향후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