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국민통장'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도입 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보이고 있어서다. 올 연말 일몰을 앞둔 ISA가 실패한 세제혜택 상품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SA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가입대상과 세제혜택 확대가 꼽힌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ISA 가입자수는 전월 대비 1만4661명 줄어든 210만5300명으로 집계됐다. 상품 출시 후 6개월 새 240만명을 넘어섰던 가입자가 꾸준히 줄어 들고 있는 것.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말(12월 31일)에 만료되는 ISA 비과세 혜택이 추가 연장 없이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가입대상 확대해야"
정부가 지난 2016년 '서민 재산 증식'을 목표로 내놓은 ISA는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는 상품이다. 계좌 수익 가운데 일부가 면세혜택을 받는다. 수익률도 최근 깜짝 성적표를 내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으로 일임형 ISA의 1년 수익률은 9.49%로 나타났다. 3개월 수익률은 평균 11.8%에 달한다.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 대부분의 자금을 국내외 주식 등에 투자하는 초고위험 ISA 수익률은 무려 18.84%에 달한다.
문제는 금융회사에 운용을 맡기는 일임형은 최근 수익률이 좋지만 가입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신탁형(개인이 상품을 선택)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ISA 가입자 수가 하락세인 이유는 가입 대상 제한도 원인으로 꼽힌다. ISA는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지만 은퇴자나 주부 등 소득이 없으면 가입할 수 없다. ISA 가입자 중에는 60세 이상이 전체의 20%를 차지하지만 은퇴시기와 맞물리면서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신탁형 수익률도 호조를 보여야 하는데 다른 금융투자 상품들과 비교해 수익률이 차별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일본은 모든 투자수익 비과세"
ISA의 세제혜택도 투자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국 ISA 제도와 비교해도 한국형ISA의 혜택은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ISA의 비과세 한도는 서민형 500만원, 일반형 300만원이다. 서민형을 기준으로 5년 간 ISA를 투자해 500만원의 차익을 얻게 됐다면 이에 대해 이자배당소득세(15.4%)가 면제된다. 약 77만원의 세제혜택을 보는 셈이다. 이는 투자 한도(1억원)를 꽉채워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연 5% 이상 꾸준히 수익을 올려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의 최대치다. 또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면 그만큼 ISA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도 줄어들게 된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이미 비과세상품이다. ISA에 국내 주식형펀드를 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또 연금저축 계좌를 통해 투자를 할 경우에는 연말정산 시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만기 인출 시 저율과세(3.3%~5.5%) 적용을 받는다.
황 연구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가 줄어드는 부담이 있겠지만 ISA가 상징성이 있는 만큼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가입 유인이 큰 추가적인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ISA(NISA)는 도입 4년여만에 총계좌수 1100만개, 투자금액 11조8716억엔(2017년 9월말 기준) 규모로 성장했다. 국민 10명 중 1명은 NISA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NISA는 '저축에서 투자로의 전환'이란 정책목표 아래 모든 투자수익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한다. 또 '소득이 있는 자'로 제한된 한국 ISA와 달리 연령, 자산, 소득 등에서도 가입 제한은 없다.
나석진 금투협 WM서비스본부장은 "ISA가 국민자산증식에 기여할 수 있는 상품이 되도록 일몰기한 연장과 제도 개선 등에 대해 정부 측과 계속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