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빚 투자'가 늘면서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한도가 한계에 다달았다. 이미 몇몇 증권사는 신규 신용융자 신청을 중단했고, 자본 증자를 통해 신용융자한도를 늘리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신용융자는 담보를 설정한 뒤 자금이나 주식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빚 투자'인 셈이다.
투자자들은 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하고 싶어하지만 증권사들은 마냥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용융자 한도는 자기자본(자본총계)의 100% 이내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해당 한도를 넘어서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2월 말 기준 7조원에 불과했던 신용융자금액이 지난 19일 기준으로 11조원을 넘어섰다. 1년 새 57.1%나 급증한 것. 예탁증권 담보융자도 18조1547억원을 넘어서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융자금액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내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7조3323억원) 마저도 지난 1월 말 신용공여 한도관리를 위해 신용융자와 예탁금담보융자 신규약정을 일시 중단시킨 바 있다. 해당 규제는 지난 14일 풀렸고, 현재는 신규약정이 가능한 상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일부터 셀트리온, 신라젠,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신용대출 상위종목에 한해서 신용공여 한도액을 2억원으로 제한한 상태다.
KB증권도 개인 신용공여 한도액을 5억원으로 제한했고, 다음주 중에는 이 한도가 3억원으로 줄어든다.
삼성증권 역시 신용공여금액이 한도에 다달아 내부에서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은 신용융자 신규약정을 중단했고,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자기자본 규모가 적은 중소형사들의 고충은 더 크다. DB금융투자가 신규공여 대출을 일시 중단했고, 유진투자증권도 최근 한도까지 여유가 많지 않아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코스닥 거래 시장점유율(MS) 1위 키움증권은 자본증자를 통해 신용공여 한도를 늘렸다. 35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결정한 것이다.
키움증권 측은 "자기자본투자(PI)와 신사업 확대, 인수합병(M&A) 자금 활용을 위한 것"이라고 발행 사유를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증자로 인해 신용공여 한도가 확대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으로 자기자본은 1조4000억원에서 2조원에 근접하게 되면서 신용공여 한도가 커지게 된 셈이다.
한편 신용공여금액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크다. 빚을 내 투자하는 만큼 원금 손실의 우려가 있고,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한 차례 조정을 겪으면서 지난해와 같은 큰 폭의 상승장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면서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이 많게는 11%에 육박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신용융자 투자를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증권사들도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 시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