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목을 잡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인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결국 한국철수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처럼 '판매 감소-비용 증가' 문제는 현대·기아차 등 다른 한국 완성차업체들도 마찬가지여서 마냥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위기부른 '고비용·저효율 구조'
12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이 회사의 누적적자는 4조여원에 달한다. 지난해 역시 2016년과 비슷한 약 6000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에도 한국지엠의 1인당 평균 임금은 2013년 7300만원에서 2016년 8700만원으로 20% 상승했다. 2017년 1인당 평균 임금은 9000만원에 이른다. 미국GM 본사가 한국지엠에 대한 구조조정을 계속 언급하는 이유다.
임금 상승에는 통상임금 소송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국지엠의 주장이다. 2013년과 2014년에 걸친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소급분 지급 의무는 없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인정으로 이후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저조한 판매 실적에 고정비 부담만 커지면서 공장 가동률은 뚝 떨어졌다.
부평 공장 가동률은 100%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차 스파크, 상용차 다마스·라보를 생산하는 창원의 가동률은 70% 수준이다. 특히 준중형차 크루즈,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만드는 군산 공장의 가동률은 20%를 밑돌아 거의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위기타개를 위해 한국지엠 노사는 예년과 달리 지난 7일 단체교섭을 앞당겨 시작했지만 노사간 이견차이로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철수하면 실업자 급증
만약 한국지엠이 철수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와 지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2016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 업체 가운데 1만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는 대기업은 현대차와 기아차, 그리고 한국지엠 세 곳뿐이다. 한국지엠의 고용 인력은 모두 1만6031명으로, 매출 100억원이 넘는 1081개 자동차 관련 업체 전체 직원 수(33만5745명)의 4.8%에 이른다. 여기에 한국지엠과 거래하는 협력업체(1~3차) 수도 3000여개가 넘기 때문에, 경영난 '도미노'가 불가피하다.
한국지엠 노조 등은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관련 종사자와 가족 등까지 모두 30만명이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GM이 철수하면 현재 한국지엠 본사와 공장이 있는 인천 부평, 세단 크루즈와 스포츠유틸리티(SUV) 올란도 등을 생산하는 공장 소재지 군산, 파워트레인(동력전달체계) 생산공장이 위치한 보령 등의 지역 경제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비용 구조' 완성체업체 고민
한국지엠의 발목을 잡은 '고비용' 구조는 비단 한국지엠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 완성차업체들의 고민거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으로 9213만원으로 2005년과 비교해 83.9% 올라 이미 일본 도요타(9104만원)와 독일 폭스바겐(8040만원) 등 주요 경쟁업체를 웃돌고 있다.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도 월등히 크다. 국내 완성차 5곳의 2016년 평균 임금 비중은 12.2%로 도요타(7.8%)나 폭스바겐(9.5%)와 큰 격차가 있다.
국내 1위 완성차업체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이 세계 최하위권인 것도 비슷한 이유다. 2017년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각 4.7%, 1.2%로 집계됐다. 평균적으로 1000만원어치(매출) 차를 팔아 불과 47만원, 12만원의 이윤(영업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올해부터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를 가동할 방침이다.
이런 고비용, 저 생산성 구조에서는 만약 한국지엠에 대한 GM본사나 한국 정부, 산업은행 등의 추가 자금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한국GM이 완전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회의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 철수가 다른 국내 경쟁업체들에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지 한국지엠의 내수 점유율이 낮고 대부분 수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협력업체간 경영나이 가중되면서 국내 자동차 생태계에는 변화가 예상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