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깐깐해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증권사들의 '새 출발'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인수합병(M&A)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고,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발목이 잡혀 인수합병이 지체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DGB금융지주에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 서류를 보완하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부실한 서류 내용을 지적했지만 사실 자회사 편입심사를 보류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당국이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때문이다. 현재 박 회장은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대구은행 채용비리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만약 박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가 대구은행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지주의 증권사 인수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기준 잣대가 엄격해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실사를 통해 2월 중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고,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인수합병을 마무리할 게획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서류 부실을 이유로 심사를 미루게 되면서 3월 중 자회사 편입 계획은 어렵게 됐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금융위원회의 결정은 DGB지주에게 자료를 보완하라고 한 수준이고, 지금까지 진행해온 일이 있기 때문에 자회사 편입이 쉽게 무산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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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케이프투자증권 역시 '대주주 적격성' 요건이 SK증권 인수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감독원은 케이프컨소시엄이 SK증권 지분 인수를 위해 구성한 PEF(사모투자펀드)에 케이프투자증권의 지분이 들어간 것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증권사는 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에 대해 금전이나 증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을 대여할 수 없다는 자본시장법 조항이 근거다. 이에 따라 케이프 측은 케이프투자증권을 PEF에서 제외하는 등 인수 구조를 재구성한 후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금융투자 역시 하나UBS자산운용 인수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 후 심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은 금융당국이 대주주 요건을 폭넓게 해석한 탓에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사업인 발행어음 인가가 보류된 상태다. 금감원은 이 부회장이 삼성증권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 0.06%를 보유해 사실상 대주주 자격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해석은 금융당국의 몫이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금융기관 경영진에 대한 동태적 적격성 심사는 임원이나 이사 등 경영진을 대상으로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 여부를 감시하는 것이며 단순히 소유권만 가진 대주주에 대한 심사와는 무관하다"며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경우에도 특수관계인의 형사처벌 유무가 대주주 자격 요건에 포함되는 것은 감시비용을 높이고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