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Do it yourself) 전문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 중견기업과 공구상들이 98%와 2%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당 기업에 사업 일시정지를 권고했다.
상권을 놓고 맞선 양측은 벌써 5차례 머리를 맞댔다. 오는 9일에도 협상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다. 하지만 긴 평행선이 만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유진기업과 주변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진기업은 DIY 생활용품점 '홈센타' 1호를 현재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준비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 매장을 시작으로 5년내 전국에 20개 가량의 매장을 오픈한다는 게 목표다.
홈센타는 공구(5809종), 생활용품(4360종), 하드웨어(3620종), 차량용품(658종), 원예·애완(461종) 등 총 2만2695종을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수공구, 전공동구, 작업공구, 안전용품, 소모품 등의 품목수를 일반적으로 약 100만개로 보고 있다.
유진기업이 홈센타를 통해 판매하겠다는 종류가 전체 중 2%를 살짝 넘는 셈이다.
그런데 홈센타 금천점과 직선거리로 2.6㎞ 거리엔 시흥유통상가가 있다. 여기엔 총 3763개 점포가 영업중이다. 여기서 파는 종류는 60만~100만개 정도로 통상 업계에서 취급하는 제품을 총망라하고 있다.
홈센타가 전체의 2%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주변 상권에 영향이 없다는 유진기업과 핵심적인 제품 2%가 겹쳐 결국 타격을 입힐 수 있으니 2%를 제외한 나머지 98%를 판매하는게 낫다는 소상공인들이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대기업산업용재건자재소매업진출저지비대위 김상윤 실장은 "장사꾼은 100가지를 다 팔아서 먹고사는 것이 아니다. 결국 핵심적인 제품 20가지를 팔아서 돈을 남긴다. 또 같은 공구라도 브랜드에 따라 일반인들이 아는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가 있다. 홈센타는 (주변 상가와)겹치는 제품을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기업도 할말이 많다.
홈센타에서 취급할 품목 중 상당수를 이미 주변의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홈센타만 유독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같은 금천구에 있는 롯데빅마켓과 홈플러스의 경우 7000~1만6000여개 품목이 홈센타와 겹치는데도 이들 마트가 들어선 이후 주변 유사 상권에 악영향이 없었다는 게 항변의 이유다.
또 규모만 보더라도 홈센타 금천점은 면적이 1795㎡(시흥유통상가 약 8만700㎡), 동시주차대수 25대(〃 4500대), 예상매출액 6~10억(〃총 1129억~2634억원) 등으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의 사업을 금지하려는 게 사업조정제도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제도의 취지를 적극 존중해 10여 가지가 넘는 상생방안을 (소상공인측에)제안했고 자율조정에 성실하게 응했다"면서 "(상인들은)사업 철회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상생모델을 만들기 위해 진지하게 협의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진측은 지역상공인 추천 인사 우선 채용, 금천구민에 일자리 우선 제공, 마케팅 제한 등의 상생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엔 기존 계획보다 취급제품을 일부 축소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