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대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이 선출됐다. 권용원 내정자는 '규제환경 개선'을 강조한 만큼 황영기 금투협회장이 내놓은 '자본시장발전 100대 과제'를 계승해 발전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정체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하는 과제가 남았다.
25일 금투협회장 선거 후보자 소견 발표 중인 권용원 신임 금투협회장 내정자./금융투자협회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열린 제4대 금투협회장 선거에서 권용원 내정자가 68.1%의 득표율로 황성호(24.1%), 손복조(7.7%) 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니겠다"
권 내정자는 2월 5일 취임식을 가지고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이날 선거 후보자 소견발표를 통해 "올해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보니 금융산업 관련 과제는 단 하나에 불과했다"며 "(금융투자협회장이 된다면) 자본시장 정책이 당당하게 정부의 중점 사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 국회 등 관계자들을 신발이 닳도록 만나고,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규제 선진화'에 나서겠다는 것. 사전 규제를 철폐하고 원칙중심 규제를 만드는 것이 그의 주요 공약이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등 일관성 있는 자본시장 관련 세제안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권 내정자는 황영기 금투협회장이 발표한 '자본시장발전 100대 과제'를 계승, 발전시켜나갈 것을 공언한 만큼 ▲비상장주식거래 과세 차별 ▲기업공개(IPO) 주관 제약 해소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등의 사안도 힘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보기술(IT) 전문가인 그가 공약을 통해 밝힌 '4차 산업혁명 분과 위원회'도 조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권 내정자는 당선 소감을 통해서 "디지털 혁신이라는 과제는 무시하기에는 큰 과제이지만 투자비용도 막대하고,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때문에 금융투자회사 대표(CEO)들이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위원회를 구성하면 금융투자사들이 보다 큰 그림을 갖고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협회가 주도적으로 이 일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체된 초대형 IB
권 내정자가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초대형 IB 육성사업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증권사들의 초대형 IB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KB증권은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고,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연 초 인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NH투자증권 역시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를 필두로 적극적으로 진행되던 초대형 IB가 정체된 데는 전 정권이 추진한 사업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현 정권의 금융투자 관련 정책은 '코스닥 활성화'와 '모험자본 투자'에 방점이 찍혀있다. 상대적으로 대형증권사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화두는 소외된 상태다.
권 내정자는 대형사 중소형사의 동반 성장을 공언한 만큼 초대형 IB 사업이 빠르게 진척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남은 과제들을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다.
실제 자기자본 3000억원대의 한 소형 증권사 대표는 "대형사들이 초대형 IB를 통해 해외에서 먹거리 시장을 개척해야 우리같은 중소형사들이 국내 먹거리를 선점할 수 있다"며 "중소형사들 역시 초대형 IB 육성 사업이 빠르게 성과를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권 내정자는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자산운용사 등 업권 간 협회 분리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금투업계 내부의 이해관계 조정도 필요하지만 은행·보험 등 타 업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업권별 이해관계를 잘 조정할 것을 약속했다. 전문사모운용사는 사모펀드 투자 규제를 개선하고, 부동산신탁사는 종합부동산금융회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세제 현안을 정리하고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물사의 파생상품규제 개선, 외국계 금융투자사에게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자산운용사와 판매사간 이해상충되는 부분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신임 권용원 회장의 임기는 오는 2월 4일부터 2021년 2월 3일까지 3년이다. 1961년생인 권 사장은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통상산업부에서 15년간 공직 생활을 했다. 이후 2000년 다우기술 부사장을 시작으로 다우엑실리콘, 인큐브테크,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키움증권 대표이사를 맡으며 소형사에 불과했던 증권사를 중대형사로 키워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