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 오히려 기술특례 상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넥스 시장에서 상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기술특례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높아진 주가가 공모가 산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22일부터 청약이 예정된 엔지켐생명과학이 지난 19일 청약철회를 공시했다. 코넥스 1등주 엔지켐생명과학의 코스닥 이전상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는 코넥스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 대비 공모가가 현저히 낮다는 금융당국의 판단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발행가액은 청약일전 과거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 해당 종목의 총 거래금액을 총 거래량으로 나눈 가격)에서 30% 이내의 할인율을 적용해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엔지켐생명과학의 발행가액은 최소 5만6000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엔지켐생명과학의 공모가 밴드 최상단은 3만7000원이었다.
엔지켐생명과학의 공모가는 미래 추정 순이익과 비교기업 주가수익비율(PER)을 통해 산정됐다.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의 2020년 추정 순이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142억원을 적용하고, 유사회사인 녹십자, 유한양행, 동화약품, 종근당의 평균 PER에 할인율(20.46~41.95%)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 밴드를 2만7000원~3만7000원으로 정했다. 지난 19일 엔지켐생명과학은 수요예측을 통해 4만5000원을 공모가로 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해당 가격이 금융당국 규정에 따른 기준가(5만6000원)에 미치지 못해 청약이 철회됐다.
최근 엔지켐생명과학의 가파른 주가상승이 상장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19일 기준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7만9900원으로 불과 한 달 전 4만6150원에 장을 마친 것과 비교해 73.1% 올랐다. 바이오주의 호황과 더불어 정부의 기술특례 상장 지원정책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향후 공모가를 재 산정하여 상장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다음주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2월 초 수요예측을 다시 진행한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특례 상장사다. 오는 2월 기술특례로 상장할 예정인 오스테오닉은 상장 기대감에 최근 한달 동안 주가가 19.9% 이상 상승해 현재 9000원에 거래 중이다. 공모가 밴드는 5800원~6800원. 사실상 6300원 미만으로 공모가가 결정되면 해당 규정에 적용을 받아 공모가 좌초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특례상장을 적극 추진하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적정주가 이상으로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중산술평균주가를 적용해야하는 금융당국의 규정에 걸려 상장이 좌초될 위기"라며 "정부의 특례상장 지원이 아이러니하게 상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1호 '테슬라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페24의 주가도 정부 정책 기대감에 크게 상승하고 있다. 1년 새 7배 이상 올랐다. 현재 장외주식거래시장인 K-OTC에서 거래되는 카페24의 가중평균주가는 7만4000원으로 이미 공모가 밴드(4만3000원~5만7000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관련 규정에 적용을 받으면 사실 상 5만2000원 미만으로는 공모가가 결정될 수 없다.
이에 대해 금투협 관계자는 "K-OTC는 증권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카페24의 상장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