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은 권 회장이 매각한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 간 경영권 분쟁이 종착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이 부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권 회장이 보유한 주식 1324만4956주를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1주당 매수 가격은 5000원으로 총 매매대금은 662억2478만원에 달한다. 매매계약이 종결되면 이 부회장은 총 2075만7226주(38.32%)를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권 회장의 지분율은 24.28%에서 5.52%로 감소하고, 이 부회장의 지분은 14.00%에서 32.76%로 늘어나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왼쪽)과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그간 치열하게 벌여온 경영권 분쟁에서 이 부회장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 권성문이 만든 KTB
권 회장은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린다.
지난 1991년 한국M&A를 창업한 후 수 십 건의 M&A를 성사시키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인터넷 경매 업체 '옥션'과 취업포털 '잡코리아'를 매각해 1000억원대의 차익을 거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또 1996년에는 섬유회사인 영우통상 주식을 인수해 전자상거래 전문 업체로 사업구조를 바꾼 뒤 한솔그룹에 매각해 6개월 만에 9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면서 사업가로서 능력도 증명했다.
현재의 KTB는 1999년 1월, 공기업이었던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권 회장은 이후 이를 벤처캐피털업체 KTB네트워크(현 KTB투자증권)로 키워내며 지금의 KTB금융그룹을 완성했다. 현재 그는 KTB자산운용, KTB PE, KTB신용정보 등 계열사 지분을 100% 보유한 KTB투자증권의 지분 26.72% 소유한 최대 주주다.
◆ 흔들린 리더십
하지만 견고하게 쌓아올린 리더십은 권 회장의 잇단 논란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권 회장이 개인회사 직원을 폭행하고 돈으로 사건을 무마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데 이어 횡령 배임 혐의와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게 된 것.
업계에서는 회장실과 자택의 압수수색까지 진행된 상황을 고려할 때 검찰이 '혐의'에 대한 '확신'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권 회장의 특가법상 횡령·배임 및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관련 검찰 수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권 회장이 혼란을 겪을 동안 2대 주주인 이 부회장은 지분을 늘려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 KTB투자증권 지분 5.8%를 확보해 주주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후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이 부회장은 KTB투자증권 지분을 16.39% 보유한 2대주주가 됐다. 권 회장과의 지분(당시 21.96%)격차를 불과 5.57%포인트(p)로 좁힌 것.
이에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권 회장 측이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며 경영권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권 회장은 12월 한 달 동안에만 10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287만주)으로 지분율을 26.72%까지 끌어올렸다.
◆ 경영권 분쟁 종지부
하지만 권 회장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지난해 12월 19일 이 부회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제3자 매각 의사와 이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등의 행사 여부에 대한 청약 통지를 했고, 이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두 사람의 경영권 분쟁은 종지부를 찍게됐다.
권 회장 측 관계자는 "경영권분쟁은 주주·회사·임직원·당사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지분 매도는) 회사를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권 회장의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권 회장이 선임한 이사 3명이 스스로 사임하고, 이 부회장 측 인사 3명이 후임 이사가 되는 것이다. 이에 권 회장은 후임 이사 선임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 부회장에게 의결권을 위임해야 한다. 만약 권 회장이 기존 이사 3명을 그대로 두고자 한다면 우선매수청구권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