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1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미래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천(경남)=양성운기자】 올해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 등으로 포화를 맞았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양산 재개와 더불어 세계 5위 방위산업체 도약에 나선다.
김조원 KAI 사장은 지난 1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란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 수익사업 중 하나인 항공기정비사업(MRO)의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며 "또한 국산 중형 민항기 독자 개발사업 등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세계 5대 항공우주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MRO사업은 항공부품 국산화 가속화 등 국내 항공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AI는 올 상반기 수리온 결함과 분식회계 의혹 등의 악재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수리온 납품 시작 'KAI 정상화'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 항공기 완제기 공장에 들어서자 수리온 중앙동체 4대가 줄지어 서있었다. 뿐만 아니라 태국 5호기 2차분 8대 생산도 진행되고 있었다.
KAI가 자체개발한 수리온은 '체계결빙' 문제로 생산이 중단됐다. 때문에 정부 기관들이 경찰·산림·소방·해경용으로 변형한 수리온의 도입을 꺼려왔다. 그러나 수리온 군 납품재개가 결정되면서 정부 기관들이 잇따라 수리온 입찰에 나서며 생산 공장은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KAI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수리온 납품 재개 결정 직후인 지난달 군에 수리온 5대를 납품했으며 이달에는 4대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수리온 납품이 재개되면서 KAI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수리온은 첫 한국형 기동헬기를 개발한 사업으로 KAI 역시 처음으로 기동헬기를 제작한 것이라 정부, 언론, 조사기관과의 소통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수리온 사건을 교훈 삼아 앞으로 소통에 시간의 반 이상을 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정부 기관 납품이 지난주부터 완전히 정상화 됨에 따라 내년까지 이미 계약된 38대의 납품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수리온을 포함해 전투기와 훈련기 등의 해외 수출 협상도 정상화해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등 해외 수출 추가물량을 마무리해 사업을 정상화 하겠다"고 말했다.
KAI 직원들이 1일 항공 완제기 공장에서 수리온을 제작하고 있다.
◆MRO 미래 성장 발판
KAI는 2012년 민간항공기 정비사업 면허를 취득해 민항기 MRO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바 있다. KAI는 MRO를 미래 수익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현재 본사와 2사업장 사이 용당부지를 활용, MRO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부가 MRO 사업자를 선정하면 KAI 2공장 옆 용당부지에 MRO 공장을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MRO를 시작한다고 해서 당장 수익을 낼 수 없지만 항공부품산업의 국산화를 높이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나 중국으로 가는 산업을 지켜내야 국내 산업도 지켜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이 이처럼 MRO 사업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는 것은 단순히 수익성 확보가 아닌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사장은 "MRO를 해야 항공부품산업을 살릴 수 있으며, 그래야 한국 항공산업이 제조업의 주축이 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며 "현재 국내에는 KAI가 아니면 이것을 맡을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항공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 사장은 "항공정책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지만 산업부에 자동차항공과는 있어도 항공정책을 전담하는 담당 부서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항공산업을 민간이 직접 일으키기는 어려운 형태이기 때문에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사장은 "항공우주산업은 제조업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고, KAI는 항공우주의 제조업을 선도적으로 가져가는 회사"라며 "모든 제조과정이 수공업으로 이뤄지는 항공우주산업 분야에는 무한한 일자리가 있다. 항공산업이 성장해서 수많은 일자리 창출로 미래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