쎌바이오텍 연구진이 장내 미생물을 연구하고 있다. /쎌바이오텍
제약·바이오업계가 '제2의 게놈'으로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체내 미생물의 유전 정보로, 난치병을 치료하고 개인별 맞춤 진단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바이오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최근 장내 미생물이 아토피 피부염, 비만, 암, 당뇨 등 다양한 질환에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국내 업체들도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장내 미생물 환경을 분석해 부족한 분변 미생물군을 이식하거나 프로바이오틱스, 의약품 등을 개발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24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켓&마켓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시장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약 21%씩 성장해 2025년에는 약 9억달러(한화 약 1조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업체인 쎌바이오텍은 관련 제품 개발로 사업영역을 넓혔고, 김석진좋은균연구소는 지난 6월 아시아 최초 대변은행인 '골드 바이옴'을 설립했다. 다른 업체들도 앞다퉈 장내 미생물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종근당바이오는 지난 19일 서울대학교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과 장내미생물은행(IMB) 설립 및 마이크로바이옴 공동 연구개발(R&D) 협약을 맺었다. 연말까지 서울대 평창캠퍼스에 장내미생물은행을 설립하고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기증받아 연구에 활용, 인체에 유익한 장내 미생물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와 장질환 치료를 위한 대변이식술 시료를 개발한다. 종근당바이오 관계자는 "이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축적해온 서울대와 국내 최대 규모의 장내미생물은행을 설립해 다양한 장내 미생물의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선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근당바이오는 유산균의 안정성을 증대시키는 배양기술에 대한 특허가 있다. 이 기술로 프로바이오틱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항비만, 골다공증·신장질환 개선에 효과적인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연구 등 여러 국가의 R&D 과제를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의 한 분야인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점막에서 증식하는 유익한 균이다. 젖산을 생성해 산성 환경에 약한 유해균을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지난 2015년 기준 350억달러(한화 약 40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해당 산업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높은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5월 바이오인포매틱스 기업 천랩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연구소(ICM)를 설립하고 함께 연구했다. 장내 세균이 관여하는 당뇨 등 만성질환에 쓰이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개발한다. 소화, 피부, 면역, 비만, 뇌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적용할 방안도 찾는다.
일동제약은 1940년대부터 유산균 연구를 시작해 1959년 비오비타를 개발했다. 70년간 축적된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지식과 기술, 3000여 종의 방대한 균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정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국인 장내 미생물에 대한 기본 자료는 일부 있지만, 인분에서 채집한 실물자원은 거의 없었다"면서 "마이크로바이옴 뱅크가 구축돼 실물자원을 확보하면, 이를 활용해 한국인 주요 질환과 연관성을 분석하고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연구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