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신용거래융자 이자 인하 압박에 증권사들이 잇따라 이자율을 내리고 있다. 그간 높은 이자율을 받으면서 증권사가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서다. 신용거래융자 이자 인하에 따라 증권사의 수익성이 저하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하면 수익원이 다변화됐고, 이자율 인하 수준이 미미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일정한 증거금을 주고 증권사로부터 주식거래를 위한 매매대금을 빌리는 것을 말하는데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이 시중 금리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KB증권은 12일 다음달 1주일 내 단기 신용융자 사용고객을 위한 초단기 사용구간을 신설하고 연 4.3%의 업계 최저 수준 금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15일 기준 연 6.5% 신용거래융자 이자를 받고 있다.
KB증권은 또 금리 계산방식을 소급법이 아닌 체차법을 유지해 고객이 실질적인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체차법은 구간별 이자율에 따라 이자율이 각각 적용되고, 소급법은 마지막 사용기간에 해당하는 이자율로 전체 대출기간의 이자율을 소급해 적용하는 방식이다.
KB증권 이전에는 NH투자증권의 이자율이 증권사 중 가장 낮았다. 지난 8월 NH투자증권은 15일 이내 신용거래융자 시 5.90%의 이자율을 적용하던 방식에서 1~7일 구간을 별도 신설해 이자율을 4.5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30일 이내 이자율을 기존 7.5%에서 6.5%로, 60일 이내 이자율을 기존 8.5%에서 7.5%로 각각 인하했다.
KTB투자증권은 올해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신용융자 금리를 내렸다. 1~15일, 16~30일, 31일 이상 등 구간별로 각각 9%, 10%, 12%의 이자율을 적용한 '체차식'에서 신용융자 금리를 온라인 수수료 체계와 연계해 기본등급에는 이자율 9%를, 실버등급은 7%, 골드등급은 5%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특히 신용융자 금리가 가장 높았던 키움증권도 내달부터 이자율을 인하키로 했다. 키움증권은 1~15일 기준 11.8%에 달하던 이자율을 1~7일 7.5%, 8~15일 8.5%로 각각 나눠 적용할 방침이다.
하반기 들어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하향조정 움직임이 이어지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의 적절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다.
지난 2012년 7월 3.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1.25%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움직이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32개 증권사 중 8개 증권사가 2012년 이전에 결정된 이자율을 지금까지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기간별로 구분하면 ▲1~15일 5.0%~11.80% ▲16~30일 5.0~9.8% ▲31~60일 5.0~10.5% ▲61~90일 5.5~11.5% 수준이다. 180일 초과 이자율은 7.2~12.0%, 연체율은 9.0~15.0%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수 년째 동결하면서 고금리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증권사들의 이자율 하락 추세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금융소비자가 증권회사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수준을 쉽게 비교, 선택할 수 있도록 비교 공시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에 따라 실적이 감소 우려가 나온다. 지난 달 말 기준으로 증권사 전체 신용거래 잔고는 8조7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자율이 1%포인트만 떨어져도 이자수익이 870억원 가량 감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이자율 인하가 증권사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커버리지 5개사(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보통 8~9개 구간을 나눠 이자율을 적용하는데 증권사 대부분이 1개 구간(1~7일) 이자율만 내리는 추세로 이자율 하락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신용거래융자가 증권사 핵심 이익원이어서 활성화된 구간의 이자율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