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과 노조 파업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국내 완성차 업계가 위기 돌파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내 5대 완성차, 주요 협력업체 등은 4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산업부-자동차업계 간담회'를 열고 다양한 현안 해법을 논의했다.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이후 개최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내 자동차 업계 간담회에서 정부와 기업 모두 통상임금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통상임금 관련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줘야 한다"며 "관계 부처가 빨리 협의해 국회에서 법에 대한 명확한 통상임금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도 "이번 자리에서 통상임금 관련한 법적인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최근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해외 이전 하는거 아니냐'는 이야기에 대해 "임금 인상 효과로 생산시설 해외 이전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현대·기아차는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내 부품 협력업체에 2500억원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5~6년에 걸쳐 분할지급하는 금형설비 투자비를 한 번에 선지급해 부품업계의 유동성 확보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또 어려운 경영 여건에도 지난해 수준의 채용 규모를 유지하고, 전문 연구개발 인력 확충과 친환경차 개발센터 구축 등 미래차 분야 투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지엠과 쌍용차, 르노삼성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한국 자동차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투자 확대와 신차 출시로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한국지엠은 GM 본사가 수익을 창출하고 사업성과를 강화할 수 있는 중심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한국지엠의 경쟁력과 비용 구조를 향상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하반기 클리오를 시작으로 오는 2022년까지 국내에 4종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며 "이를 위해 200억원 규모의 협력사 전용 펀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로느닛산 얼라이언스에 국내 부품업체의 부품 공급(9150억원 상당)을 주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2019년 출시 예정인 SUV 전기차를 포함해 2022년까지 매년 1개의 신규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모회사인 인도 마힌드라사와 부품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입찰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등 협력업체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에게 사적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한우 사장은 간담회 전 최종식 쌍용차 사장과 박동훈 사장과 환담을 나누며 "우리 회사(통상임금 확대) 때문에 르노삼성도 위기를 겪게 돼서 죄송하다"고 했다. 이에 박동훈 사장은 "지금은 힘들지만 곧 해결될테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답을 하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박한우 사장의 이날 발언은 앞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가 승소, 통상임금 확대가 자동차 업계와 산업계에 화두로 떠오르자 이미 3년 무분규로 합의한 르노삼성 노사 임단협 잠정협상안이 노조원 투표에서 부결돼 무산된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조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