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이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중국과 미국 등 해외 판매 부진을 비롯해 국내 노조 파업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한국지엠 철수설 등 연이은 악재로 인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한국차산업, 사면초가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 이후 450만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6년에는 전년대비 7.2% 감소한 422만8509대를 기록해 인도에 밀려 세계 6위로 밀려났다. 수출은 10년 넘게 유지하던 세계 3위 자리를 멕시코에 빼았겼다. 또 다른 주요 업계 지표인 내수 판매량도 올해 상반기 78만 5297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 감소해, 2014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던 시장이 꺾였다.
특히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소비가 감소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는 47% 급락했으며 글로벌 판매도 9% 감소했다.
중국 시장의 여파로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량도 825만대 목표보다 약 120만대가 적은 700만대 안팎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쳐 상반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2조5952억원, 기아차 영업이익은 786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4%, 44%나 급감했다.
중국 현지에 현대·기아차와 동반 진출한 국내 부품 업체의 피해도 마찬가지다. 현재 145개 부품업체가 진출해 총 289개의 공장이 가동되고 있지만, 최근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져 매출액 감소는 물론 고정비 대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동반 파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8월 부분파업을 시작했고, 기아차 노조는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하계 투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7월 14일 조정중지 결정 후 17일 1, 2조 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여기에 한국지엠의 철수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엠이 철수할 경우 소속 임직원 1만 6000여명의 대규모 실업 사태도 우려된다.
최저임금 인상도 소규모 자동차 관련 기업에는 난관이다.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된 것에 이어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상여금이 배제돼 자동차 부품사들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기준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자동차업계 영향(수출/고용현황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업계 추산, 소급분 제외 기준)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시 업계 생태계 위기
오는 31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국내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기아차 판결에 따라 향후 통상임금과 관련 된 판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퇴직금, 법정이자 등을 감안해 최대 3조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럴 경우 즉각 충당금을 쌓아야 해 상반기 78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기아차는 3분기 적자는 물론 연간 실적으로도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같은 비용 부담으로 인한 충격이 기아차의 경영 위기는 물론 자동차 생태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완성차 및 부품사에서만 2만 3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8조 5500억 인건비 부담시 최대 41만 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이후로도 매년 8만5000에서 9만6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수천개의 협력사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전체회의에서도 산업부 장관 질의응답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위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정부의 통상임금 정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장병완 산자위 위원장은 "통상임금은 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라며 "통상임금 부담으로 완성차와 부품사에서 2만3000명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고 재계는 38조원의 비용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